가치투자가 모처럼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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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의 귀환-. 올 3분기 펀드평가 결과다.

 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가치투자 전도사’로 불리는 이채원 부사장이 이끄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수익률 12.26%로 3분기 운용사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강방천 회장의 에셋플러스자산운용과 황성택 대표(CIO)의 트러스톤자산운용, 허남권 자산운용본부장(CIO·전무)의 신영자산운용이 각각 2~4위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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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주가 흐름보다 기업의 장기 가치를 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가치투자’ 펀드 매니저들이 이끄는 운용사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한 셈이다. 시장이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주)이나 삼성전자 한 방향으로만 쏠릴 때도 이들은 가치 투자 원칙을 지켰다. 결과는 확실한 성과였다. 이번 분기만이 아니다. 3년 수익률로 봐도 한국밸류(33.2%)와 에셋플러스(38.67%)·트러스톤(32.69%)은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19.37%)은 물론 코스피지수 상승률(21.38%)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채원 부사장(左), 강방천 회장(右)

 이채원 부사장은 “그동안 많이 쉬었다(수익률이 저조했다)”며 “이제는 가치 투자 차례”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 주식시장은 불확실한 성장성보다는 확실한 수익가치로 투자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급등락이 없는 요즘 같은 시장에선 장기 성장 종목의 성과가 계속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투자원칙을 버렸다면 이번에도 좋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밸류운용은 이번 펀드평가에서 대표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1(주식)(C)가 수익률 12.98%로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5위를 차지하는 등 개별 펀드 모두 고르게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중소형주 펀드는 상반기에 이어 강세 흐름을 이어갔다. 미래에셋성장유망중소형주1(주식)종류C1이 20.7%로 전체 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인덱스 펀드 제외)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삼성중소형FOCUS1[주식](A)가 14.61%로 3위, 교보악사위대한중소형밸류1(주식)Class A1이 11.62%로 8위를 차지했다.

중소형주 펀드는 3년 장기 수익률이 특히 좋았다. 삼성중소형FOCUS와 교보악사위대한중소형밸류 모두 80%대 수익률을 보였다. 대형주나 테마주처럼 시장 흐름과 맞아떨어졌을 때 단기 급등하는 매력은 덜했지만, 하락장에서도 낙폭이 크지 않아 장기 투자 성과가 상대적으로 좋았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주춤했다. 해외펀드의 경우 주식형(5.85%)과 채권형(5.09%)이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국내 채권형 펀드(2.17%)는 주식형에 크게 못 미쳤다.

 수익률은 회복됐지만 주식형 펀드에서는 계속 돈이 빠져나갔다. 3분기 2조7250억원을 포함, 올 들어 4조4950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상장지수펀드(ETF)엔 이번 분기에만 7272억원이 추가로 들어왔다. 채권형 펀드에도 5000억원 넘는 돈이 몰렸다. 주식형에선 돈이 빠지고 채권형으론 몰리는 흐름은 해외펀드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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