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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 인성교육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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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개미는 개체로서 미미하지만 군집생활을 통해 높은 지능체계를 형성한다는 게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 이론이다. 1910년 미국 하버드대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에 의해 처음 개념화된 이 이론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 주목받고 있다.

 나만 잘난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소통하며, 배려하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우리 어린이·청소년의 모습은 어떠한가. 소통은 고사하고 내몰린 경쟁 속에서 왕따와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답답해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국제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지난 4월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질적 행복지수를 묻는 조사에서는 4위를 기록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물질적으로는 풍족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정서적인 부분에서 만족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연이어 터진 ‘성폭행과 묻지마 범죄’로 우리 사회의 우려와 충격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사회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과 적개심, 자기분노 조절 능력의 상실은 단지 개인의 몫이나 탓으로만 돌려서는 제2, 3의 ‘반인륜 범죄’를 막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결국 근본적인 치유책은 바로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제대로 된 학교· 가정교육, 나아가 사회·평생교육의 연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한 현실이 됐다.

 특히 학교폭력 등 사회문제가 돼버린 우리 어린이·청소년 문제는 결국 정서적인 부분, 즉 인성교육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인성교육의 필요성만 제기됐지 실천에 대한 논의와 구체적인 범국민운동 실천운동은 흐지부지돼 왔다. 누구나 인성교육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주장하지만 ‘어떻게, 누가’라는 질문은 외면해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이 지속하고 있다.

 이 같은 시기에 청소년연맹·전경련 등 209개 민간기구가 모여 ‘인성교육실천범국민연합(인실련)’을 창립해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물론 인성교육을 실천하자는 민간기구가 출범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인실련은 사회 구성원이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해 실천적으로 추진하고 인실련이 제시하는 어젠다에 우리 사회 구성원이 어떻게 화답하는가가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그 화답의 하나로 대학은 단순한 지식을 평가해 신입생을 뽑는 구태에서 벗어나 인성을 제대로 갖춘 학생을 우대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입학사정관제 외에 인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입시전형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 역시 독불장군식의 똑똑한 인재보다는 함께 어울리고, 지식과 방법을 공유하고 성과를 나눌 줄 아는 인재상을 선호하는 인사정책을 펼쳐야 한다. 물론 학교도 단순지식 전달보다는 따뜻한 마음을 키우고, 나누는 방법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정에서도 내 자녀 중심의 이기적 교육관에서 벗어나 배려심과 인내심을 가진 아이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정부는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 완화를 위한 교육과정 개편, 입시제도 혁신 등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자녀의 입장에서는 자녀가 스스로 자라는 것이지만 부모와 사회의 입장에서는 ‘교육하고 키우는 것’일 수 있다. 아이들은 잘 자라고 부모와 우리 사회가 잘 키우는 것이 우리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근본적 해법이 돼야 할 것이다.

안 양 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