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역대 명승부-명장면

중앙일보

입력

올해로 101번째를 맞는 US오픈골프대회는 역사와 전통 만큼이나 명승부가 많이 나오기로 유명하다.

특히 가장 가혹한 코스 조건을 부여, 드라마틱한 장면을 많이 연출하는 이 대회에서 팬들의 뇌리에 아직도 생생한 역대 '명승부-명장면 6선'을 가려봤다.

◇60년= 아널드 파머 '불가능은 없다' 60년 대회는 '원조 황제' 아널드 파머가 기적같은 역전승으로 '불가능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 때까지 한번도 메이저대회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던 파머는 3라운드까지 선두마이크 수척에 7타나 뒤져 이번에도 좌절을 맛보는가 했다.

그러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파머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을 해냈다.

파머는 4라운드를 시작하자마자 7개홀에서 6개나 버디를 낚고 나머지 홀을 모두파로 막아 합계 280타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반면 수척은 75타로 부진, 283타가돼 20세의 아마추어에게도 1타 뒤진 3위로 추락했다.

이 풋내기 아마추어 선수는 바로 '황금곰' 잭 니클로스. 60,70년대의 '양대 산맥' 파머와 니클로스가 막 무대의 중앙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80년= 60년 대회에서 정확히 20년이 지나 마흔살이 된 잭 니클로스가 67년 자신이 세운 대회 4라운드 최저타 기록을 깨뜨리며 우승했다.

또 보비 존스, 윌리 앤더슨, 벤 호건에 이어 4번째로 4회 우승을 달성한 선수로도 기록됐다.

니클로스는 1라운드에서 63타를 쳐 조니 밀러가 가지고 있던 코스레코드 기록과타이를 이뤘다. 18번홀에서 1m 거리의 버디 퍼팅만 실수하지 않았더라면 62타의 새역사를 쓸 수 있었기에 아쉬웠다.

계속해서 리드를 지킨 니클로스는 결국 272타로 우승했고 3라운드까지 계속 60타 대를 치며 공동 선두까지 올라섰던 아오키 이사오는 274타로 통산 두번째 낮은스코어를 기록했다.

◇82년= 운명의 71번째 홀. 톰 왓슨이 잭 니클로스를 누르고 생애 첫 US오픈 챔피언에 오르는 교두보가 된 홀이었다.

3라운드까지 212타로 공동 선두 그룹에 끼어있던 왓슨은 4라운드 중반 단독 선두에 올랐다가 70번째인 16번홀에서 보기를 했다. 69타를 치고 합계 284타로 경기를마친 니클로스와는 다시 공동 선두.

게다가 왓슨은 17번홀(파3)에서 친 티샷이 2개의 벙커 사이에 있는 러프로 굴러들어갔다. 컵까지는 약 5.5m. 칩샷을 잘해야 파세이브해 연장전까지 끌고 갈수 있지만 보기 이상이면 역전패할 절체절명의 위기.

왓슨은 그러나 회심의 칩샷을 시도했고 그린에 올라간 볼이 그대로 컵에 빨려들어가 기적같은 버디가 되면서 1타차 단독 선두가 됐다. 한숨을 돌린 왓슨은 18번홀에서 다시 버디를 낚아 2타 차로 여유있게 정상에 올랐다.

대회 통산 4번째로 2위에 머문 니클로스는 보비 존스, 아널드 파머, 샘 스니드와 함께 이 부문 타이를 이뤘다.

◇90년= 헤일 어윈이 '노익장'을 과시했다. 당시 45세였던 어윈은 연장 접전 끝에 우승, 최고령 챔피언이 됐고 통산 3회 우승을 차지한 5번째 선수로도 기록됐다.

나란히 8언더파 280타를 쳐 공동 1위로 4라운드를 마친 어윈과 마이크 도널드는한라운드를 다시 도는 연장전에서도 약속이나 한듯 74타씩을 쳤다. 도널드는 17번홀까지 한타 차로 앞섰지만 18번홀에서 티샷이 나무에 걸려 보기를 한 것.

위기에서 벗어난 어윈은 서든데스가 된 연장전 첫홀에서 2.6m 버디 퍼팅을 보란듯 성공하고 11년만에 왕좌에 복귀, 갤러리들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3라운드까지 우승이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던 어윈은 4라운드에서 데일리베스트인 67타로 대추격전을 벌여 우승을 눈앞에 뒀던 도널드의 발목을 잡았다.

◇94년= '67년만에 등장한 이방인' '남아공의 영웅' 어니 엘스가 연장전 끝에 미국 선수들을 누르고 외국인 선수로는 67년만에 처음으로 US오픈 정상에 섰다. 공교롭게도 엘스의 첫번째 메이저대회우승이자 PGA투어 첫승.

엘스, 콜린 몽고메리, 로렌 로버츠가 4라운드까지 279타로 동률을 이뤘다.

18홀을 다시 도는 연장전에서 몽고메리는 78타를 쳐 일찌감치 탈락했고 74타씩을 친 엘스와 로버츠가 남았다.

서든데스 연장 2번째 홀에서 로버츠의 어프로치샷이 벙커에 박히는 사이 엘스는사뿐히 그린에 볼을 올리면서 엘스의 승리로 끝났다.

◇2000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독무대였다. 주연과 조연을 도맡아 한 우즈가혼자 막을 여닫으며 연극은 끝났다.

최저타 우승(-12), 72홀 최저타(272타) 타이, 최다 타수차(15타) 우승, 36홀 최저타(134타) 등 우즈가 갈아치운 기록만 해도 무려 8개로 골프 역사책 한 권을 새로썼다고 할 정도.

1라운드에서 65타를 친 우즈가 2라운드에서도 69타를 기록하자 갤러리들의 관심은 이제 누가 우승하는가가 아니라 우즈가 어떤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가에 쏠렸다.

3라운드에서는 71타로 조금 주춤했지만 4라운드에서 67타를 치자 우즈의 스코어는 놀랍게도 12언더파 272타. 2위 어니 엘스, 미구엘 앙헬 히메네스는 3오버파 287타. 12타차 우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에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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