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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톡 튀고 싶은 그녀 ‘군복 스타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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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여성 모델은 자수 장식이 있는 밀리터리 재킷을, 남성 모델은 ‘카무플라주’ 무늬의 재킷을 입었다.

“왠지 모르게 멋져 보여요. 갖고 있는 옷에 맞춰 입기도 어렵지 않고.”(전수희·32·여)

“군복요? 쳐다보기 싫은데 왜 이런 패션이 유행인지 모르겠어요.”(김수영·27)

군 복무 경험의 유무 때문일까. ‘군복 패션’, 이른바 밀러터리 룩(military look)에 대한 남녀 선호도는 크게 차이 난다.

지난해 이맘때쯤 일부 브랜드에서 선보였던 밀러터리 룩 트렌드가 올해는 전면화할 조짐이다. ‘하이패션’이라 불리는 고가 해외 브랜드나 저가의 ‘패스트패션’을 막론하고 ‘카무플라주(camouflage·‘위장’ ‘보호색’이란 뜻으로 군작전 시 은폐를 위한 복잡한 도안을 말함)’ 무늬를 활용하거나군복색으로 디자인한 옷을 올 가을·겨울용으로 비중 있게 선보이고 있다. “군복이나 제복을 입음으로써 불황으로부터 보호받으려는 심리” “그저 하나의 재미있는 시도”에 이르기까지 해석도 분분하다. 다시 불어온 군복 열풍의 현상과 원인을 알아봤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10월 패션잡지, 군복 패션이 점령할 듯=군복 패션은 군복의 전형적인 모양새를 따라 외투나 셔츠에 견장을 달거나 ‘개구리 무늬’라 부르는 ‘카무플라주’ 패턴을 쓴 것, 대표적 군복색인 카키색을 이용한 옷들을 일컫는다. 이런 군복 패션이 상종가를 치는 건 패션 화보를 찍는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패션 전문 홍보대행사 김민정(37·비주컴) 실장은 “요즘 10월호 잡지 촬영이 한창인데 군복 패션과 관련한 의상은 완전히 동이 났다”고 전했다. 수십 개의 패션잡지가 다음 달 군복을 주제로 화보를 찍기 때문에 관련 의상 대여가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최신 경향을 반영해 옷을 입는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카무플라주 무늬로 된 셔츠나 재킷, ‘사파리’라 불리는 군복 모양 외투를 입은 스타들의 모습이 TV 속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등에 노출되는 것은 다반사다. 스타일리스트 김성일 이사는 “여성적인 매력을 뽐낼 때도 군복 패션을 차용하고 반대로 중성적인 멋을 강조하고 싶은 여성 연예인들도 군복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이런 경향은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도 감지된다. 전수희씨는 “군복이나 제복에 대한 묘한 동경심도 있고 너무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이 아니면서 독특한 매력이 있는 패션”이라며 군복 패션이 인기인 이유를 설명했다. 회사원 황민수(33)씨는 “예비군복에서 이름표 같은 걸 떼고 수선해 입을 생각도 있다”며 “역설적이게도 군복엔 예술하는 사람들이 입는 작업복 같은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는 군복 패션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5년 전 군 복무를 마친 직장인 김수영씨는 “홍대나 강남역에 자주 가는데 요즘은 어디서든 군복 패션을 입은 여성들을 볼 수 있다”며 “군대 갔다 온 남성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 유행 코드”라고 주장했다.

1 군복 느낌 재킷(여)과 등고선 프린트 셔츠(남) 2 자줏빛 ‘카무플라주’ 재킷(여)과 ‘카무플라주’ 가방(남) 3 카무플라주 셔츠와 카키색 바지(남), 밀리터리 재킷(여) 4 변형한 카무플라주 재킷과 조끼(남), 밀리터리 코트(여)

◆불황 방증 vs 재미 추구=군복 패션이 대세를 이루는 이유는 뭘까. 패션전문지들은 ‘장기화한 경기불황 시대에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심리가 군복 패션에 반영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군복=힘’으로 대변되는 이미지가 패션에 덧입혀지기 때문에 여성복에 군복의 특징을 넣으면 ‘강한 여성’으로 보인다는 맥락에서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이와 조금 다르다. 코오롱FnC 캐주얼 사업부 한경애 이사는 “명품 브랜드만 획일적으로 좇는 것을 거부하는 게 최근 트렌드”라며 “기존 명품 브랜드와 상반되는 거리 패션이 대두한 게 군복 패션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군복 패션은 그 자체로 무늬가 강렬하고 카키색 등 특정 색상이 군용이라는 명확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특징이 뚜렷해 개성 강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패션에서 여성복 ‘모그’를 디자인하는 성경례 팀장은 군복 패션의 활동성에 주목했다.

“운동과 자기계발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이 아웃도어 의류를 찾게 되면서 활동적인 의상을 더 선호하게 됐고 그것이 군복 패션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사회경제적인 배경보다는 패션 그 자체의 속성만으로 군복 패션이 사랑받게 됐다는 거다.

“군복 패션 자체가 본래 지속적으로 존재한 유행 코드”라는 해석도 있다. 패션전문학교 에스모드서울 홍인수 교수는 “군복이란 소재 자체가 이미 패션의 한 축을 이뤄 왔다”고 했다. 그는 “올 가을·겨울에 갑자기 더욱 유행이라고 할 게 아니라 이번 시즌 군복 패션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살펴보는 게 합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요즘 보이는 군복 패션은 이전의 그것과 비교해 더 세련되고 멋지게 해석됐다”는 홍 교수는 프랑스 브랜드 ‘디올 옴므’를 예로 들었다. “군복의 특징인 아웃포켓(주머니가 겉으로 드러나게 디자인한 것)을 사용했지만 거기에 정장 느낌을 더해 세련되게 풀어냈다”고 했다. 그는 “어떤 유행 경향에 절대적인 이유는 없다”며 “특히 요즘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더욱 중시하기 때문에 특정 유행에 쏠림 현상은 더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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