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분당 책임 … 고향 가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10일 통합진보당 대표직을 사퇴한 강기갑 대표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절을 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가 10일 당 대표직 사퇴와 탈당, 그리고 낙향(落鄕)을 선언했다. 강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행유부득 반구제기(行有不得 反求諸己·행하다 목표를 얻지 못하면 자신에게서 책임을 찾으라)’라는 마음으로 분당을 막기 위해 마지막 기적을 희망했지만 모든 것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며 “흙과 가족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고향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의 분열을 막지 못한 책임자는 저 자신이기에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면서 신당권파가 새 당을 만들어도 합류하지 않을 뜻임을 밝혔다. “진보정당 역사에 죄인이 된 저는 속죄와 보속(補贖·죄의 대가를 치름)의 길을 가고자 한다”고도 했다.

 강 대표는 회견문에서 “농민들의 정치세력화 바람을 타고 2004년 어느 날 갑자기 국회 안으로 삽질당해 던져진 뒤 4년 동안 86일의 단식을 결행하고, 외통위·법사위를 숱하게 점거하며 신자유주의의 망상을 쫓았다. 18대 국회에선 국회를 재벌에서 서민의 품으로 찾아오기 위해 공중부양까지 하며 몸부림쳤다. 많은 분이 저에게 손가락질했지만 긍지를 잃지 않았다”고 자신의 의정활동을 회고했다.

 ‘낙향’과 ‘신당 불참’을 선언한 강 대표지만 ‘정계은퇴’를 한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었다. 국민참여당계인 천호선 최고위원은 기자들에게 “당분간 정치 일선에서 후퇴해 있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주문했다. 강 대표 자신은 “정계에서 은퇴한 것이냐”는 물음에 “나와 있는 그대로…”라고만 했다.

 강 대표의 이날 선언으로 이미 한 축이 허물어진 통합진보당의 해체작업이 빨라질 전망이다. 유시민 전 공동대표가 이끄는 국민참여당계는 이미 확보한 3000여 당원의 탈당계를 11일 제출할 계획이다. 강동원·노회찬·심상정 의원 등 신당권파 지역구 의원 3명도 곧 탈당한다.

 이에 맞서 옛 당권파는 신당권파 비례대표 의원 4인의 ‘셀프 제명’에 대해 무효소송을 내기로 했다. 또 신당권파 최고위원의 불참 속에 ‘반쪽 최고위’를 열어 민병렬 최고위원을 신임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 이상규 의원을 대변인으로 선출했다.

류정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