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4인 ‘셀프 제명’ 처리 … 쪼개지는 통진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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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비례대표 4명에 대한 제명안 처리를 위한 의원총회가 7일 오후 여의도 국회 통합진보당 의정지원단에서 열렸다. 강기갑 대표가 제명안 처리를 마친 뒤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가고 있다. 강 대표는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5일째 단식 중이었다. 왼쪽부터 심상정·노회찬·정진후 의원. [뉴시스]

통합진보당이 7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신당권파 측 비례대표 정진후·김제남·박원석·서기호 의원 등 4명을 제명했다. “진보정치 혁신모임을 추진하고 분당을 주장하는 해당 행위를 했다”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분당을 앞두고 신당권파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의 금배지를 지켜주기 위해서였다. 비례대표는 탈당하면 의원직을 자동 상실하지만, 제명당하면 무소속 의원으로 남는다는 정당법 규정을 이용한 것이다.

 ‘제명 의총’은 신·구 당권파 간 신경전으로 긴장감이 흘렀지만 이미 결론은 내려진 상태였다. 김제남 의원의 합류로 무게추가 신당권파로 넘어갔다. 당 소속 의원 13명 중 옛 당권파 측 이석기·김재연·김미희 의원은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고, 김선동·오병윤·이상규 의원은 제명안건 표결 때 기권해버렸다.

 제명 안건은 결국 신당권파 의원 7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회의원은 소속 의원 과반의 동의를 얻어 제명토록 하는 정당법에 따른 절차였다. 4명의 비례대표들도 본인의 제명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자기가 자기 당적을 파버린 ‘셀프(self) 제명’이었다.

 이들 네 명은 의총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자진 제명’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보다 오로지 자신들의 주장만 옳다고 강변하는 구태·패권적인 모습과 결별하고자 한다”며 “법 규정상 비례대표들은 탈당하는 순간 의원직을 상실하게 돼 불가피하게 제명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들의 거취 문제가 마무리됨에 따라 통합진보당은 주말부터 본격적인 분당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탈당해도 의원직 유지가 가능한 신당권파의 지역구 의원 3인(심상정·노회찬·강동원)과 당원들의 탈당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신당에서 뭉치면 의석 수 7석의 원내 3당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옛 당권파만 남는 ‘꼬마 통진당’(6석)보다 커진다. 신당은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과 연대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옛 당권파는 이를 ‘꼼수’라고 비난했다. 이상규 의원은 의총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에게는 진보정치를 위해 희생하라고 하더니 (신당권파 비례대표 네 명은)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 올바르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절차상 문제도 제기했다. 이날 따로 의총을 열어 오병윤 의원을 원내대표로 선출한 옛 당권파는 “원외인 강기갑 대표가 주재한 의총은 효력이 없다”고 했다.

 신당권파는 이를 반박했지만 옛 당권파의 반발이 커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다. 이정미 대변인은 “원내대표가 공석인 상황에선 당 대표가 주요 당무를 통괄할 수 있다는 당헌·당규에 근거해 의총을 진행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제명 요건 위반이란 지적에 대해선 “당헌·당규보다 정당법이 우선하므로 (의원 7인의 찬성에 따른) 제명 결정에는 법적·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했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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