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정치性 삽질로 낭비 극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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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국책사업의 연쇄 부실이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책사업은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근간이지만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하는 일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면서 국책사업의 결정과 추진 방식을 이대로 끌고가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찬반 논란에 따른 국력소모도 만만찮지만 사업 부실이 나라 경제를 휘청거리게 할 만큼 그 덩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주요 국책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달라진 정치.경제.사회 환경에서 앞으로 국책사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를 5회에 걸쳐 점검한다.

기획예산처가 중점관리하는 올해 국책사업 6백건 가운데 총 사업비가 1조원이 넘는 사업만 39건에, 사업비 총액은 우리나라 연간 예산과 맞먹는 1백4조2천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잘못될 경우 나라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는 근거다.

1990년대 이후 추진된 대형사업은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커졌다. 경부고속철은 당초 사업비의 3.1배, 새만금 사업은 2.3배가 됐다.

이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선 해양수산개발원 주최로 항만개발계획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하지만 사실은 해양수산부가 당초 17조7천억원으로 잡았던 9대 신항만 개발 사업비를 26조1천억원으로 늘리려는 계획을 우회적으로 공론화하는 자리였다.

국책사업을 결정.진행하는 과정과 사후 관리도 부실 투성이다. 새만금 사업의 경우 노태우.김영삼 정권에 이어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선거 때마다 단골 공약사항이었다. 경제성이 떨어지고, 환경오염이 문제될 것이란 반론도 표만 계산하는 정치권에는 먹혀들지 않았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정치권에 책임을 돌리고, 정치권은 선거용으로 이용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경실련 김헌동 국책사업감시단장은 "대형 국책사업용 예산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 일 정도로 장치가 허술하다" 며 "일단 결정한 사업은 일관성 있게 추진하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부실을 막을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중앙일보가 24~27일 대학, 민.관 연구소, 경제.시민단체의 전문가 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990년대에 추진한 주요 국책사업에 대해 10명 중 7명이 "대부분 실패했거나, 실패한 사업이 성공한 것보다 많았다" 고 응답했다.

그 원인으로는 ▶경제성보다 정치.군사논리를 앞세웠기 때문▶합리적인 세부 계획의 부재(不在)▶경제.사회적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 등을 꼽았다.

단계별로는 '계획 수립 단계에 가장 문제가 있다' 는 응답이 87.8%를 차지했다. 사전에 충분한 조사.검토와 의견 수렴 없이 삽질부터 한 것이 무리를 낳았다는 얘기다.

기획취재팀 projec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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