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12년 만에 최저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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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8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1.2% 올랐다. 상승률로는 12년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그런데 왜 다들 물가가 뛴다고 아우성일까. 실제로 급등한 물가도 여럿 있다. 한 달 전에 비해 수박 55.4%, 시금치는 64.2% 급등하면서 신선식품은 4.6% 뛰었다.

 그러나 통계청이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6% 오르는 데 그쳤고, 신선식품은 외려 2.9% 내렸다. 생활물가와 신선식품지수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수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통계청 발표 물가와 실제 장바구니 물가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기저효과 ▶비교방식(전년 동월비와 전월비)의 차이 ▶불황으로 인한 심리효과 탓이 크다.

 1년 전인 2011년 8월, 집중호우와 전세대란 등으로 ‘물가대란’이 있었다. 구제역 후폭풍으로 돼지고기 값이 폭등했고 기상 악화로 채소·해조류가 17.7%, 과일이 12.3%나 올랐다. 물가지수 개편 전 기준으로 2010년 8월보다 5.3%나 뛰어 3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전년 동월비와 전월비 수치는 모두 의미가 있다. 그런데 전월비 수치만 보면 8월에 엽채류(상추처럼 잎을 따먹는 채소류) 가격은 항상 높다. 서해동 농림수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한여름인 8월엔 무더위·가뭄과 태풍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엽채류 가격이 항상 가장 비싸다”며 “전월비로 비교하면 매년 8월 수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년 전보다 신선식품 가격이 낮아졌다지만 1년 전 가격을 기억하는 소비자는 별로 없다.

 9월 이후 물가는 지수상으로도 낙관하기 힘들다. 안형준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태풍이 모두 8월 말에 왔기 때문에 이번 소비자물가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일부 성수품 가격이 들썩일 수도 있다. 성창훈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정부 비축물량 등을 활용해 배추·무·사과 등 15개 추석 성수품은 추석 전 2주간 집중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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