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동 규제완화 국민에게 알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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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활동 관련 규제 완화 작업이 질척거리고 있다.

정부는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기업들도 이에 상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인데 비해 재계는 그동안 구조조정을 해왔으며 더 이상 새로 보여줄 게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해 규제를 완화할 경우 재벌정책의 후퇴라는 인상을 줄까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기업이 아직 과거 경영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규제만 풀 경우 국내외에서 비난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지난 16일 정.재계 간담회에 앞서 "기업들도 그동안 구조조정을 얼마나 했는지 국민에게 알려야 규제완화가 가능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陳부총리는 그 뒤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 부회장 등에게 이같은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한 실적이나 사례 등을 보여줘야 한다" 며 "25일 기업규제 완화 실무대책 총괄반 회의를 열어 규제완화안을 만들기 전에 전경련이 입장을 밝히길 기대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전경련은 정부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거리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전경련 김석중 상무는 "분식을 하지 않고 기업회계를 투명하게 운용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 고 말했다.

金상무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 원칙인 '5+3 원칙' 을 얼마나 지켰는지에 대한 자료는 준비하고 있다" 고 덧붙였다.

전경련이 뭔가를 보여주려면 기업의 협조가 절대적인데 이 부분도 매끄럽지 않다. 전경련이 재계의 대표적 단체로서 위상이 약해졌고 재계를 이끌 만한 인사가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기업들이 1998년 2월 이후 구조조정 실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길 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감독위원회의 구조개혁기획단과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기업구조조정 실적을 분기별로 공시했지만 올해부터 채권단으로 모든 것이 넘어갔다.

전경련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다. 60대 그룹의 구조조정 이행상황 등은 주채권은행이 각 기업과 자구계획 이행각서(MOU) 등을 체결해 챙기고 있는데, 전경련이 아무리 요청해도 기업들이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들은 자신들이 이만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 경우 정부가 규제를 푸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정부와 재계는 총괄.공정거래.금융.세제 등 4개 실무대책반을 만들어 분야별 토론을 거쳐 25일께 총괄 대책반 회의를 열어 규제완화안을 만들 계획이다. 정부는 이 규제완화안을 토대로 다음주 중 최종적인 정부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송상훈 기자 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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