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민 감동시킨 ‘다이하드 경찰관’의 사명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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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마약범죄자 차에 매달려 범인을 체포한 경찰관이 ‘다이하드 경찰관’으로 불리며 시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부산 연제경찰서 교통과 김현철 경장이다. 김 경장은 교통단속을 하다 달아나려던 범인의 차 보닛 위에 뛰어올라 광란의 질주를 버티고, 끝내 마약 투약 혐의 수배자를 체포했다. 이 사실은 한 택시의 블랙박스에 찍힌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김 경장의 행동은 대단히 위험했지만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격려 댓글을 달며 환호했다.

 그동안 비리에 연루되거나 막을 수 있는 범죄를 놓치는 무능한 경찰관에게 실망한 시민들에게 김 경장은 일선에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경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안심과 믿음을 주었다. 실제로 일선에는 사명감 높은 경찰관이 많다. 서울역에서 많은 노숙인들이 큰 사고 없이 질서를 유지하는 것도 알고 보면 13년째 이들을 보살피는 장준기 남대문경찰서 경위의 힘이 크고, “자살하려면 수면제를 몇 알 먹어야 하느냐”는 중학생의 문의전화에 곧바로 학생을 찾아나서 상담하고 문제를 해결한 제주도 경찰관도 있다.

 이런 경찰관 개개인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낮았다. 이에 경찰 측은 지난 5년간 5대 범죄는 18.5%, 112신고는 59.8% 늘어나는 등 업무량은 폭증했지만 경찰 인력은 0.79%밖에 늘지 않았고, 경찰 1인당 담당 인구가 주요국에 비해 너무 많고, 경위 이하가 93%에 달하는 등 심각한 인사적체로 사기가 떨어졌음을 지적한다. 물론 정부도 이런 만성적 인력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신뢰받는 경찰이 되려면 이것만 해결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번 일을 통해 경찰이 깨달았으면 하는 것은 ‘사명감 높은 경찰에 시민들은 믿음과 감동을 느낀다’는 단순한 진리다. 경찰이 ‘사명감’의 초심으로 돌아가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