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술자리서 비아그라 복용했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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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부전 치료제는 성기능을 강화시키지 않는다. 오·남용하면 지속발기증·저혈압 같은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사진= 김수정 기자]

#1 발기부전이 있는 전호준(가명·53·대구시 중구)씨. 지난해 말 부부관계를 위해 발기부전 치료제 세 알을 먹었다. 그런데 관계 후에도 발기가 지속됐다. 다음날까지 이어져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조금만 더 늦었으면 음경 조직이 손상돼 영원히 발기력을 잃을 뻔했다”고 말했다.

#2 직장인 이기훈(가명·39·서울 광진구)씨. 호기심에 몇 달 전 술자리에서 만난 친구의 발기부전 치료제 한 알을 복용했다. 30분 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속이 심하게 울렁거려 곧바로 택시에 몸을 싣고 집으로 향했다. 구토를 하고 1시간이 지나서야 증상이 나아졌다.

 발기부전 치료제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점차 많아지는 치료제, 저렴한 약가, 성에 대한 관심이 오·남용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14년 전 미국에서 첫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출시됐다. 올해 5월 관련 특허가 풀리며 국내에는 60여 종의 치료제가 나왔다. 발기부전 치료제 춘추전국시대다.

 특히 한 정에 1만원대였던 약값은 2000원대로 뚝 떨어졌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문턱이 사라진 것이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규모는 2001년 330억원에서 2011년 1100억원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

 반면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 임일성 회장은 “복용법을 따르지 않고 남용하거나 건강한 사람이 정력제나 성기능 강화제로 오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두통·안면홍조·소화불량·현기증 등 가벼운 증상부터 저혈압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복용법이 중요하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치료제들의 효능·효과는 별 차이가 없다. 중요한 건 정확한 복용”이라고 말했다.

 치료제 복용은 적은 용량부터 시작한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필요할 때마다 한 알씩 먹는다. 고대구로병원 비뇨기과 문두건 교수는 “한 알 먹던 발기부전 치료제를 세 알 먹는다고 성기능이 세 배로 늘진 않는다”며 “과용하면 저혈압·지속발기증 같은 부작용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소화계약품과 신원 과장은 “발기부전 치료제와 심혈관질환 약은 작용이 비슷해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며 “고혈압·협심증·부정맥·관상동맥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저혈압 위험이 높다.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혈압 쇼크는 사망을 부를 수 있다.

지속발기증은 사정 후에도 발기가 지속되는 상태다. 5시간 이상 이어지면 응급치료가 필요하다. 이성원 교수는 “음경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세포가 죽는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발기 능력을 완전히 잃는다”고 말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알코올과 함께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문두건 교수는 “과음 후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용하면 혈관이 확장돼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떨어진다”며 “두통과 어지럼증이 생겨 진통제를 복용하는데, 오히려 심장과 간에 부담을 준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람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면 안 된다. 식의약청 허가사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간경변 같은 간 기능 부전 환자, 저혈압 환자,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 6개월 이내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이 있었던 환자, 심혈관질환자 등이다.

 임일성 회장은 “고령자는 혈중 약물 농도가 최대 여덟 배 높다”며 “심장질환, 저혈압이 생겨 성관계 중 사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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