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함께 준우승 거둔 김다나 "우린 없으면 안되는 사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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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와 캐디로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준우승을 일궈낸 김다나, 김다빈 자매. 사진=오세진 기자

“다섯 번은 싸우고 다섯 번은 화해해야 그날 경기가 끝나요. 그래도 동생 없으면 큰일 나죠.”

두 자매는 서로를 보며 피식 웃었다. 김다나(우리투자증권)는 동생 앞에서 평소 안 하던 속 얘기를 하려니 쑥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동생 김다빈양(건대부고2)은 언니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뭐든 다 알 것 같다고 했다. 김양은 언니의 든든한 전담 캐디다.

김다나는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반기 시즌의 새로운 강자로 우뚝 솟았다. 하반기 첫 대회였던 히든밸리 여자오픈에서 3위에 오른 데 이어 19일 막을 내린 넵스 마스터피스에서는 최종합계 6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랐다.

김다나 상승세의 일등 공신은 동생이다. 그는 “동생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을 거다. 다빈이가 전문 캐디는 아니지만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해준다”며 “이제는 동생이 없으면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다나는 뉴질랜드에서 골프를 배웠다. 10년 전 유학을 떠났다가 골프의 매력에 빠져 2003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부터 2년간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2008년에는 아마추어 부문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국내 투어에 뛰어들면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뉴질랜드와 다른 투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자신감을 잃었던 게 원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동생이 전담 캐디를 맡으면서 변화가 생겼다. 마음 편한 캐디와 함께 하면서 경기력도 좋아졌다. 김다빈은 “지난해 눈에 띌 만큼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동생 덕분에 투어에 완전히 적응할 수 있었다. 올해 들어서 우리 자매의 진가가 조금씩 발휘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양은 현재 주니어 골프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요즘은 중ㆍ고연맹전에 출전하면서 프로 데뷔를 꿈꾸고 있다. 김양은 “사실 출전하기로 했던 대회 출전을 포기하고 언니를 돕고 있다. 그러나 캐디를 하면서 배우는 게 더 많다. 언니처럼 1부 투어에서 뛰고 싶은 꿈이 있는데 미리 프로 생활을 체험해 보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나는 “이번 대회 상금으로 동생에게 선물을 할 거다. 그래야 오랫동안 캐디로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첫 승을 거두면 그 때 자유롭게 놓아 주겠다”며 웃었다.

홍천= 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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