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IT투자·GDP 기여도, 미국·일본의 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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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의 경제성장에서 정보기술산업이 담당한 기여도가 일본의 세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입수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장의 견인차-정보기술산업과 혁신적 기업가정신' 보고서에 따르면 95년 이후 5년간 정보기술 산업은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회원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연평균 0.3~0.9%포인트씩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통신 관련 기술을 장비.부품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로 나눠 '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라는 용어로 묶어 분석한 이 보고서는 미국.일본 등 8개국에서 신경제가 미친 영향을 처음으로 계량 분석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ICT 투자의 나라별 경제성장 기여도가 80~94년 동안은 연평균 0.2~0.5%포인트였으나 95~99년 중에는 0.3~0.9%포인트로 확대됐다" 고 지적했다.

◇ 정보기술이 성장률 격차를 벌여〓보고서는 최근 들어 주요 회원국간 성장률 격차의 핵심 요인이 ICT 투자에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정보통신 기술에 집중 투자한 미국이 최근 5년간(95~99년) ICT 투자의 GDP 성장률 기여도가 연평균 0.9%포인트에 달한 반면 일본.독일 등은 0.3%포인트에 그쳤다.

보고서는 ICT 투자 가운데서도 정보기술 산업의 질적 향상(PC 업그레이드 등)을 위한 투자 효과가 GDP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소비나 수출입 등에 비해 훨씬 큰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이 기간 중의 성장률 가운데 투자가 차지한 몫(연평균 1.7%포인트)중 0.5%포인트는 이같은 정보기술산업의 질적 향상을 위한 투자에서 얻어진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소비나 투자보다 ICT 분야의 기술적 진보가 성장을 이끄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 전문가는 "돈과 기술.사람 등 자원이 정보기술 같은 신기술에 투입되지 못하고 부동산이나 주식에 몰렸던 것이 일본이 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 뒤진 원인" 이라고 말했다.

◇ 한국도 기여도 높아〓OECD 보고서는 한국은 통계자료의 차이 등을 이유로 분석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지난 3월 '2000년 국민계정' 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도 정보기술이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 보고서와 분석방법은 다소 다르지만, 한은은 국내 정보통신 산업의 GDP 성장 기여율이 99년 36.5%에서 2000년 50.5%로 높아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성장률(8.8%)의 절반 이상이 정보기술분야에서 얻어졌다는 것이다.

◇ 소프트웨어에 주력해야〓보고서는 정보기술이 새로운 성장의 견인차가 됐으며, ICT 가운데에서도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정보기술의 생산(하드웨어)보다 사용기술(소프트웨어)을 향상시키는데 정책 포커스를 맞추라고 권고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밖에 ▶전자정부를 조속히 추진하고▶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경쟁을 보장하며▶기업가와 소비자를 위해 정보기술 사용의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시래.이재광 기자sr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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