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학생 칼럼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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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심지용
단국대 언론홍보학과 3학년

나는 장애인이다. 지난 22년을 장애인으로 살아왔고, 남은 생도 그렇게 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이상(理想) 국가는 장애인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곳이다.

 과거 내가 만난 분들 중 다수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그뿐 아니라 아예 그곳에 가서 살라고까지 했다. 다수가 한목소리로 한 곳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짐작만 했다. 직접 미국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지난달 25일부터 10박11일의 짧지만 여운은 긴 연수를 다녀왔다. 서울대 이상묵 교수님이 이끄는 QoLT는 매학기 장애 대학생들을 뽑아 미국 연수의 기회를 주고 있다. 이번엔 전국의 장애 대학생 8명을 선발해 미국 동부를 둘러볼 수 있게 했다. 미국 동부 중에서도 뉴욕, 워싱턴, 보스턴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나를 맡겼다. 출발 당시 한국은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얼마나 날아왔을까. 창 밖에는 어둠이 가득했다. 몇 시간 뒤 미국에 도착하자 미국의 햇살이 우리를 비췄다. 빛을 찾아온 여행이었다. 마침내 나는 그 빛을 찾았다. 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빛을.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동권이다. 휠체어를 타고 있음에도 ‘내가 휠체어를 타고 있나, 걸어가고 있나’라는 착각이 들면 그 나라의 장애인 이동편의시설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그랬다. 자그마한 골목길 어귀에도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쇼핑몰에도 가운데 경사를 만들어 장애인들을 환영했다. 더불어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었다.

 장애인을 위한 학교도 있다. 갈라뎃 대학교는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학교다. 청각 장애인들은 수화로 소통해야 하기에 여러 사람과의 소통은 불가하다. 학교는 이들을 위해 교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보게 한다. 이렇게 그들은 소통한다.

 미국이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된 것은 ‘의식’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사람임을 받아들인 데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의식은 교육에 의해 만들어진다. 어린 시절부터 통합교육을 통해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의 심리적·신체적 거리감을 좁혀주기에 아이들은 장애·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되려면 한 세대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초등 저학년부터 특수학교 견학을 정기적으로 해 장애·비장애 학생들의 만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어린 학생들은 영리하다. 그들은 장애 여부를 떠나 서로를 인정하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런 아이들이 만드는 사회에서는 장애는 더 이상 장애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사회가 아닌 인정하는 사회. 이것이 내가 꿈꾸는 국가다.

심지용 단국대 언론홍보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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