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 전쟁의 눈 드론, 런던 올림픽도 지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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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찰이 독일산 무인기 드론(MD4-200)을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모습. 이 기종은 무게 1㎏에 날개 반경이 60㎝ 정도의 소형이지만 장착된 카메라로 반경 50m 안에 있는 물체를 촬영해 조종사가 쓰고 있는 고글로 전송할 수 있다. 속도는 초당 15m, 비행 시간은 30분이다. [사진 마이크로드론사 홈페이지]

런던 올림픽을 ‘안전 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해 영국 정부는 보안 예산으로 16억 파운드(약 2조8460억원)를 책정했다. 그 가운데 비밀 병기 ‘드론(drone)’ 몫이 있다. 드론은 원격조종으로 비행하며 정찰 및 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무인비행체(unmanned aerial vehicle·UAV)의 별명이다. 런던 올림픽에선 독일 및 이스라엘산 드론이 참가 선수들과 관람객을 빠짐없이 관찰하고 있다.

 ‘하늘의 눈(Eye in the Sky)’으로 불리는 드론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테러 전쟁의 총아로 꼽혀왔다. 지난해 알카에다의 2인자로 알려진 아부 야히아 알리비를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포착, 사살한 것이 대표적이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도 드론의 추적에 쫓겨 최후를 맞았다. 테러 집단이 암약하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예멘·소말리아 등이 드론의 주무대였다.

 최근 들어 미국은 드론을 자국 내에서도 널리 활용하고 있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곳이 사법·경찰기관이다. 미 국경수비대는 이미 멕시코 접경 지대에서 군용 드론인 프레데터 9대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6년간 불법 마약류 20t과 밀입국자 7500명을 단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미국만이 아니다. CNN은 최근 러시아에서 드론 70여 대가 운영 중이며 주요 목적이 반정부 시위 감시라고 보도했다.

 민간 활용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현재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드론 사용 허가를 받은 곳은 106개 기관. 모두 207대를 운영 중이다. FAA는 2015년까지 드론을 미국 항공시스템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민간·상업용 드론이 허가된다는 뜻이다. 항공업계는 이 규정이 시행되면 2020년 미국 하늘에 3만 대의 드론이 날아다닐 것으로 예상한다.

 재해 현장 파악 용도로는 이미 시험 비행 중이다. 현장 취재를 원하는 언론사나 드넓은 대지를 단속해야 하는 농장·목장주도 상업적 이용을 바란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드론이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제치고 하늘을 주름잡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드론의 가장 큰 매력은 운용 비용이 적다는 점이다. 프레데터 같은 고성능 무인기조차 1050만 달러(약 120억원)에 불과하다. 스텔스 전투기 F-22(1억5000만 달러)의 10분의1 가격이다. 조종사의 목숨은 말할 것도 없고 체력 한계 등 제한이 없으니 24시간 정찰도 가능하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인당 양성 비용이 10배에 달하는) 전투기 파일럿보다는 무인비행기의 조종사 훈련생 숫자가 더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2005년 전체 미 공군 전력의 5%에 불과했던 무인기 비중은 올해 30%를 넘어서고 있다.

 정밀성도 드론의 자랑거리다. 예멘 지상의 알카에다 세력을 포착한 순간 7500마일 떨어진 미 네바다 사막 공군기지로 영상이 전송된다. 종합 정보를 통해 영상의 타깃이 목표물로 확인되면 원격 공격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프레데터나 리퍼 등 드론이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인공격의 경우 조종사가 비디오 게임 하듯 버튼을 누름으로써 호전성이 강화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런던 시티대학에 따르면 2004년 이후 파키스탄에서 무인비행기 공격에 따른 사망자는 최대 3145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어린이 175명을 포함해 민간인이 828명이나 된다. 지난해엔 미 무인비행기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파키스탄 병사 2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 양국 간 심각한 외교 갈등을 빚었다. 사생활 침해 논란도 불가피하다. 이미 워싱턴 정가에선 견제 움직임이 시작됐다. 공화당이 발의 예정인 미국 사생활 보호법(PAPA)에 따르면, 사법당국 및 기타 기관들은 무인기의 사용 시기와 목적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드론 활용을 즉각적인 생명위협이나 테러리스트 제거 등 예외적 상황으로 제한하는 법안도 마련 중이다. 드론의 편의성만큼 하늘의 ‘빅 브러더’로 군림할 위험이 공존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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