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녹는 병 딛고 2300명 중에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김세나

지난달 25일부터 4주간 논산육군훈련소에서 시행된 학군단후보생(ROTC) ‘2012 하계 입영훈련’ 1차 과정에서 여성이 수석을 차지했다. 동국대 첫 여성학군단 후보생인 김세나(22·경찰행정학과 3년)씨가 그 주인공. 훈련에는 여자 후보생 150여 명 등 2300여 명이 참가했다.

 김씨의 수석은 1등 그 자체보다 김씨의 꿈을 향한, 굴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더 화제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국방 관련 다큐멘터리와 TV에 나오는 군인들을 보며 ‘국민들을 지켜주는 삶’을 꿈꿔왔다고 한다. 그래서 2009년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꿈이 이뤄지는 듯했지만 의외의 역경이 찾아왔다. 강도 높은 훈련이 김씨의 근육을 망가뜨린 것이다. 허벅지 근육세포가 녹아내리는 ‘횡문근융해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퇴할 수밖에 없었던 김씨는 이듬해 2010년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 입학했다.

 “부모님이 왜 자꾸 힘든 길을 가려하냐고 말리셨어요. 하지만 나라와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어 대안으로 ‘경찰’이 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대안으로 찾은 꿈이 어렸을 때부터 품어온 ‘군인의 꿈’을 채워주진 못했다. 교정을 오가는 학군사관후보생들을 보면 마음이 떨렸다. 해군사관학교 시절 동기들도 생각났다. ‘아프지만 않았더라면…’ 가끔 울컥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학교에서 여성학군단을 선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씨는 다친 다리의 통증이 이따금씩 느껴졌지만 과에서 진행하는 유도와 재활훈련으로 체력을 키워나갔다. 서울 전체에서 35명(숙명여대와 성신여대, 고려대를 제외한 나머지 대학 대상)을 뽑는 여성학군단에 9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동국대 학군단 52기로 입단해 이번 훈련을 마친 것이다.

김씨는 “먼길을 돌아왔지만 해군사관학교 때보다 정신력은 더욱 강해졌다”며 “전투병과에서 활약하는 당당한 여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송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