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최고" 러시아 부자들, 수천만원씩 쓰는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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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부산 ‘좋은 강안병원’ 의료진이 20일 러시아 캄차카 병원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3일 오전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의 ‘좋은 강안병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크레토바 소피아(81·여)가 인공관절 수술과 관련해 진료를 받고 있었다. MRI(자기공명영상)로 촬영된 고관절 부위를 살피던 정희영(51) 정형외과 과장이 “나이가 많으니 수술 대신 허리 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소피아가 진료를 받는 내내 코디네이터인 전 엘비라(41·여)가 따라다니며 통역을 했다. 엘비라는 조부모가 한국에서 건너간 러시아 동포 3세다. 블라디보스토크 대학을 졸업한 뒤 2009년부터 이 병원에서 코디네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이 병원을 찾는 러시아인이 늘어나면서 통역과 안내를 담당해줄 인력이 필요해 채용됐다. 소피아는 “엘비라가 의료진이 설명하는 어려운 의학용어를 러시아어로 쉽게 전달해줘 이해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최근 러시아 캄차카 병원과 화상진료시스템도 개설했다. 두 병원 의료진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러시아 환자를 진료한다. 수술이 필요하면 부산으로 오게 해 수술한다. 병원 관계자는 “화상시스템을 통해 많은 자료를 받기 때문에 수술 준비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수술 받고 러시아로 돌아간 뒤에는 양국 의료진의 후속 치료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을 찾는 러시아 의료관광객이 갈수록 늘고 있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2009년 부산의 러시아 의료관광객은 457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2134명으로 3.7배 늘었다. 지난해 부산지역 의료관광객 6704명 가운데 러시아인 비중이 31.8%나 됐다.

 러시아 의료관광객들은 대부분 연해주에서 온다. “부산의 의료비가 서울보다 싼 데다 바다를 끼고 있어 환경이 연해주와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게 부산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산지역 병원 진료비는 서울보다 20∼30%쯤 싸다. 서울은 부동산 가격과 장비 임대료가 높기 때문에 의료비가 부산보다 비싸게 책정돼 있다. 또 부산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는 항공 노선도 매주 두 차례 있어 교통도 좋은 편이다.

러시아 의료관광객들은 수천만원씩의 의료비를 지출해도 부담을 갖지 않는 부호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러시아 병원의 의료수준을 믿지 못하는 데다 몇 달씩 걸리는 진료 대기기간도 싫어한다.

 부산시가 의료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선 것도 한몫했다. 부산시는 러시아 현지 설명회와 팸투어 관광객 초청행사를 연간 서너 차례씩 열고 있다. 또 통역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병원을 위해 러시아 통역 31명도 대기하고 있다. 통역 비용은 부산시가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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