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 최고] 한정식 전문점 ‘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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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백석동에 문을 연 ‘풀리’는 ‘맛’과 ‘격’을 갖춘 한정식 전문점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전통의 맛이 살아 있지만 세련미가 돋보인다 … 오래 된 현대라고 해야 하나. 천안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한 달 전 천안시 백석동에 한정식 전문점 ‘풀리’가 문을 열었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맛과 격식을 갖춘 한정식 전문점이라는 입 소문이 나고 있다. 사실 풀리는 2006년 처음 문을 연 음식점이다. 이전엔 두정동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인근에 있었다.

 이 집 사장이자 쉐프인 이종삼(52·여)씨.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고 숙명여대 특수대학원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 과정을 이수했다. “음식 만들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공부를 마치자마자 두정동에 풀리를 차렸다. 그리고 ‘정성’으로 ‘맛’을 냈다. 자연히 손님이 몰렸다. 자주 찾는 단골 손님도 점점 늘어났다.

 그냥 그렇게 만족해도 될 법 한데, 이 사장은 6년 만에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다. 두정동의 ‘풀리Ⅰ’을 접고 백석동의 ‘폴리Ⅱ’(이 사장은 이렇게 표현한다)를 개업한 것이다. 이 사장은 폴리Ⅰ에서 채우지 못한 욕심을 폴리Ⅱ에 채워 넣었다. 땅을 빌려 직접 식당 건물을 지어 올렸다. 생활도자기와 민화로 멋을 냈지만 전체적으로 모던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실내 인테리어도 그가 꿈꾸던 모양 그대로다.

 음식도 한층 격을 높였다. 풀리Ⅰ이 당시 트렌드를 쫓아 퓨전 한정식을 추구했다면 풀리Ⅱ는 전통 한정식이 컨셉트다.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고 천연재료로 만든 소스를 개발해 사용한다. 가능한 한 음식재료가 갖고 있는 자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그만큼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몸이 힘들고 직원도 더 써야 하지만 손님에게 정직한 음식을 내놓는 기쁨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작가들이 만든 생활도자기 위에 차려진 음식은 말 그대로 예술작품이 된다. 메뉴 어느 것 하나 정성을 들이지 않은 음식이 없다.

 속을 일일이 파내고 깻잎과 빨강 파랑의 파프리카 등으로 채워 넣어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오색 오이 물김치’는 먹기에 아까울 만큼 예쁘다. 숙주와 쑥으로 빚고 다식판에 찍어 후식으로 내놓는 떡 하나에도 정성이 묻어난다. 이 사장은 “풀리Ⅱ는 부족했던 풀리Ⅰ을 잊지 않고 찾아주신 고객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말했다.

 ‘풀리’는 ‘Pleasure of eat(먹는 즐거움)’을 줄인 조어다. 음식에 대한 철학이 담긴 상호다. 이 사장이 내놓는 음식에 비해 값을 비싸게 받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바쁘게 살다 보면 가족들과 외식 한 번 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즐기는 정겹고 오붓한 식사는 그 자체로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해준다. 돈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말했다.

 점심메뉴는 연지 1만5000원, 곤지 2만5000원, 신랑각시 3만5000원이고 저녁은 신랑각시 2만7000원, 청사초롱 3만7000원, 무병장수 5만5000원이다. 계절죽, 녹두전, 새우냉채, 해파리냉채, 숙주를 곁들인 오리 야채쌈, 한방 보쌈, 장어강정, 경편 해물겨자채, 도미 꽃 생선찜 등을 기본 상차림으로 하여 선택한 메뉴에 따라 2가지 음식이 추가된다.

 특히 떡갈비나 단호박 볼튀김, 경편 샌드위치, 삼색 밀전병말이 등은 풀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요리다. 16개 룸이 있고 이 중 4인실·8인실 단독룸은 다다미 형태로 편하게 앉아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돼 있다. 50여 명이 함께 연회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넓은 주차장도 완비돼 있다. 예약문의 041-556-1230

글=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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