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헌법 9조도 포함해 논의 노다 총리 뜻 반영된 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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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카와

최근 일본의 우경화 논란에 불을 붙인 건 지난 6일에 발표된 한 보고서였다. 총리 직속 국가전략회의 산하 ‘프런티어 분과회’에서 “전혀 다른 시대상황에서 만들어졌던 정치적·법적 제약을 수정해 집단적 자위권과 무기사용 원칙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한 것이다. 이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나아가 일본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계산된 도발’로 해석되기도 했다.

 ‘프런티어 분과회’의 직할 장관인 후루카와 모토히사(古川元久·46) 국가전략상에게 경위와 일 정부의 생각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국가라면 집단적 자위권을 당연히 가진다”며 “시대상황에 맞는 헌법으로의 개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헌법의 근간이 되는 헌법 9조를 지킬 것이냐”는 질문에도 “헌법 전체를 놓고 논의할 것”이라며 개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올해 안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중의원 총선거에서 어느 당이 정권을 잡건 일 정치권이 ‘평화헌법 개정’이란 소용돌이 속에 휘말릴 것을 예고한 셈이다. 후루카와 장관은 한국에 대해선 과거사와 경제협력의 ‘투 트랙’을 강조했다. 인터뷰는 13일 오후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의 내각부 청사 장관실에서 이뤄졌다.

 -‘프런티어 분과회’의 제언은 노다 총리의 의중을 반영한 게 맞나.

 “결코 일 정부의 견해가 아니다. 평균연령 43세의 젊은 학자 들로 하여금 자유토론의 결과를 하나의 제언으로 정리토록 한 것일 뿐이다. 시안(試案)에 불과하다.”

 -주변국의 오해를 사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었나. 보수 자민당의 아베 정권 때도 총리직속 위원회의 제언을 이끌어 낸 뒤 집단적 자위권 인정을 추진한 전례도 있는데.

 “(목소리를 높이며) 그 부분에 대해선 노다 총리가 국회에서 명확하게 말했다.”

 -분명히 해달라. 노다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인가.

 “(일본은) 국가로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권리를 당연히 갖고 있다. 하지만 현 헌법 아래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왜 지난 9일 국회 답변에서 ‘(프런티어 분과회의) 제언도 참고하면서 정부 내에서의 논의도 좁혀 나가고자 한다’고 했나.

 “논의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란 뜻으로 말한 것이다. 분명한 건 일본 정부에서 (집단적 자위권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정부의 해석을 바꿀 생각도 없다는 점이다.”

 -그럼 장관(후루카와 국가전략상)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허용에 찬성인가 반대인가.

 “난 지금 정부(각료)의 입장이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을 지켜나간다.”

 -노다 정권의 우경화에 대해 한국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는가.

 “우경화가 아니다. 그런 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일·한 관계를 중시하면서 동아시아에서 손잡고 나아갈 것이다.”

 -헌법 9조에 대해 자민당은 개정 의사를 공약으로 명확히 밝히고 있다.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시장은 개정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어떻게 할 건가.

 “우리 입장은 바람직한 방향이 뭔지 논의하자는 거다. 시대가 변한 만큼 그걸 논의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헌법 전체에 대해 (개정) 논의를 하자는 거지 개별적 조항에 대해선 결정된 게 없다.”

 -그럼 헌법 9조를 절대 지키겠다는 입장은 아니란 말인가.

 “헌법 전체에 대해 논의해 나가겠다는 것이다.”(헌법 9조는 ‘전쟁을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기한 평화헌법의 근간이다. 만일 9조가 손질되면 일본은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한다.)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가 제대로 해결이 안 되니 양국이 진정한 우호관계를 맺을 수 없는 것 아니냐.

 “(서로의) 차이를 일부러 부각시킬 게 아니라 그린에너지 이노베이션 등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서 손잡고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정치적 이견이 있는 문제를) 논의하거나 의견을 교환하는 건 해도 좋다고 보지만 협력할 수 있는 것까지 협력하지 않는다는 건 건설적이 아니다.”

 -한국은 3년 전 보수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될 당시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이 자민당과 비슷해지는 것 같아 불안한데.

 “정권교체 후 세 총리(하토야마, 간, 노다) 모두 일·한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개하자고 말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한국이 좀처럼 답을 안 준다.”

 -일본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 리더인데(2005년 다보스포럼에서 ‘차세대 글로벌리더’의 한 명으로 뽑힘), 일본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뭐라고 보나.

 “일본은 ‘과제 선진국’이다. 급속한 고령화, 원전사고로 인한 그린에너지 도입 등 많은 분야에서 다른 국가들이 닥치게 될 과제에 먼저 직면에 있다. 그런 점에서 ‘세계의 모델’을 제시해 일본을 본받게 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를 따르라’ 식의 리더십이 아니라 ‘일본에 살고 싶다’ ‘일본을 찾고 싶다’고 생각하게 하는 21세기의 ‘지판구’로서 세계로부터 동경받는 일본을 만들고 싶다.”

◆헌법 9조=일본 평화헌법의 근간이 되는 조항. 일본은 전쟁·교전권·군대 보유를 부정하는 9조의 제약에 의해 유엔에서 인정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동맹국 등 밀접한 관계의 국가가 공격을 받을 때 무력을 행사해 공동방어에 나설 권리)의 ‘권리’는 갖되 ‘행사’는 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일 정부는 1981년 “헌법 9조가 허용하는 자위권 행사는 우리나라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국한해야 하는데,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그 범위를 넘어서고 있어 헌법상 인정이 안 된다”고 유권 해석했다. 자민당 등 보수우파에서는 9조를 포함한 헌법 개정을 정권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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