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투표가 장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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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실시된 19대 국회의장단 선거에서 강창희 국회의장은 무기명 비밀투표에 참여한 의원 283명 중 195표의 찬성표를 얻어 당선됐다.

 의장단 선거는 투표용지에 의원들이 이름을 직접 써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강 의장은 이번에 국회의장 단독 후보였으나 투표함을 열었더니 ‘강창희’ 외의 이름이 여럿 등장했다.

 당내 경선에서 강 의장과 겨뤘던 정의화 의원이 9표를 얻은 것을 비롯해 ‘강창희’와 비슷한 이름인 강창일(민주통합당) 의원이 5표로 나타났다. 초선인 통합진보당 옛 당권파 오병윤 의원도 4표, 역시 초선의 민주통합당 대변인인 김현 의원도 1표를 얻었다. 모두 27명의 의원이 이 같은 ‘동문서답’ 투표를 했다.

 새누리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1표)과 정몽준 의원(1표)을 적은 의원도 있었다. 국회부의장 후보인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과 민주통합당 박병석 의원을 의장으로 투표한 사람도 1명씩이었다. 여기에 기권이 20표, 이름을 틀리게 적는 등의 이유로 무효로 처리된 표가 41표나 돼 강 의장의 득표율은 역대 의장들이 얻은 표보다 훨씬 낮은 69%에 그쳤다. 새누리당에선 민주통합당 일부 의원이 신임 강 의장이 민정당 출신이라는 점을 문제 삼아 고의로 반대표를 던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부의장 선거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여당 몫의 부의장을 선출하는 데 야당 측 부의장 후보인 박병석 의원의 표가 8표나 나왔다. 박근혜 전 위원장(1표)의 이름은 여기에도 등장했다. 야당 측 부의장으로 당선된 박병석 의원은 비교적 통일된 271표를 획득했지만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의 이름을 쓴 표가 하나 발견됐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감표(監票)위원은 “무효표 중에 의장과 부의장의 이름을 나란히 쓰거나 철자를 틀린 것은 이해가 되지만 보란 듯이 다른 이름을 쓴 건 참 황당한 일”이라며 “엉터리로 이름을 적어내는 걸 자기의사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감표위원은 “다 합의하고 하는 건데 애들 장난도 아니고…”라고 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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