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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형님 소환 불가피" 보고에 깜짝 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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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4시간 조사 후 귀가 솔로몬·미래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소환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4일 오전 14시간여 동안 마라톤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 전 의원은 귀가하면서 “(검사의)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했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돈을 줬습니다. 대가성은 없었습니다.”

 지난 5월 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안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 조사실. 윤대진 합수단 1팀장의 끈질긴 추궁에 무겁게 닫혀 있던 임석(50·구속 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입이 열렸다. 처음 첩보를 입수한 후 자금 추적과 통신 조회, 측근들에 대한 줄소환 조사 등 다각도로 임 회장을 압박한 끝에 받아낸 진술이었다.

 당시는 솔로몬·미래·한국·한주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3차 영업정지에 이어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불과 3주일, 임 회장 구속 후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임 회장의 진술이 나오면서 로비 수사는 급진전됐다. 그러나 이 전 의원에게 소환을 통보하기까지는 한 달여를 더 기다려야 했다. 한 수사 관계자는 “상대가 역대 대통령 친·인척 가운데 최고 실세인 만큼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었다”며 “이에 따라 금품 수수 시기, 액수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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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이 전 의원의 혐의가 확실해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수사팀 보고는 지난달 20일을 전후해 최운식 합수단장, 최재경 중수부장을 거쳐 한상대 검찰총장에게 올라갔다. 한 총장은 이 보고를 받은 뒤, 장고(長考) 없이 이 전 의원을 소환조사하라고 최종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한 총장은 이 수사를 위해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 7월 초로 예상됐던 검찰 인사를 연기했고, 여론이 좋지 않은 ‘신명씨 BBK 가짜 편지 사건’ 수사 결과 발표도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장의 신속한 결단은 지난달 수사 결과가 발표된 이명박 대통령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 수사, 민간인 불법 사찰 재수사 사건 등이 ‘정권 봐주기’라는 지적을 받은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이후 검찰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지난주 수요일(6월 27일)에야 청와대 민정라인을 통해 은밀히 통보했다.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은 이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다음 날(6월 28일) 이 전 의원 측과 소환조사 일정을 조율해 7월 3일로 ‘D데이’를 정했고 보안이 샐 것을 우려해 같은 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처럼 치밀한 수사가 가능했던 건 합수단이 지난해 부산저축은행 수사 때부터 저축은행 회장들의 회사 돈 횡령 수법 및 로비 행태에 대한 수사 ‘노하우’를 많이 쌓아 왔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평가다.

 실제로 수사팀은 초기에 이미 임 회장이 이 전 의원 등 정치권에 ‘관리용 자금’을 뿌렸다는 구체적 정황과 첩보를 확보한 상태였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수사를 부실·불법 대출과 정·관계 로비 등 ‘투 트랙’으로 진행했다. 로비 수사를 위해 임 회장의 수행비서, 운전기사 조사 등을 통해 임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해 압박했다. 여기에 임 회장의 개인 스케줄이 담긴 수첩과 다이어리를 확보해 분석한 것도 한몫했다.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우 아직도 임 회장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점을 감안해 조사 대상인 직원들에게 “X월 X일에 돈을 인출한 게 맞느냐” “임 회장이 O월 O일 △△△에 간 것이 맞느냐”는 등 전체 그림을 알 수 없도록 ‘퍼즐식 조사’를 했다고 한다. “로비자금을 뿌린 적이 없다”고 버티던 임 회장이 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검찰은 이 전 의원 사법처리에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구체적인 진술과 정황을 확보했지만 수사는 생물인 만큼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3일 “이 전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끝까지 가봐야 안다. 오늘 조사 결과를 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다음 목표는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이다. 검찰은 이날 2007~208년 솔로몬저축은행 측으로부터 1억여원을 받은 혐의를 잡고 정 의원에게 5일 나오라고 소환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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