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택한 멕시코 … 12년 만에 정권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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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멕시코 대선에서 승리한 제도혁명당(PRI) 니에토 후보가 고향인 아트라코물코에서 투표한 뒤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아트라코물코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제1야당인 제도혁명당(PRI) 후보 엔리케 페냐 니에토(46)가 승리했다. 71년 동안 온갖 부정부패를 저지르며 국민 위에 군림했던 PRI도 12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특히 PRI는 함께 치러진 의원 및 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여 과거 못지않은 권력을 잡게 됐다.

 멕시코 연방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선거가 끝난 뒤 첫 예비 개표 결과를 발표하고, 페냐 니에토가 37.93~38.55%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위는 좌파진영 민주혁명당(PRD)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로 페냐 니에토보다 7%포인트 정도 낮은 30.90~31.86%를 얻었다. 현 집권여당 국가행동당(PAN)의 여성 후보 호세피나 바스케스 모타는 25.10~26.03%로 3위에 그쳤다. 선관위는 14만3000여 개 투표소 가운데 7500곳을 무작위로 추출해 당선자를 예측했다.

 페냐 니에토는 선관위 발표 직후 승리를 선언하고 “국민이 보내준 신뢰를 감사히 받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우리 당은 두 번째 기회를 얻었고, 결과로서 보답하겠다”며 “과거로의 회귀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항상 민주주의 틀 안에서 새로운 방식의 통치를 실천하겠다”며 개혁을 약속했다.

 페냐 니에토와 PRI의 승리는 멕시코 국민의 변화에 대한 열망 덕분에 가능했다. 2000년 PRI를 내쫓고 집권한 PAN은 12년 동안 국민의 삶을 더 고되게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약과의 전쟁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수도 없이 희생됐고, 빈곤층의 삶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PAN에 대한 이런 국가적 실망은 의회 및 주지사 선거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선과 함께 상원 의원 128명과 하원 의원 500명, 주지사 6명과 멕시코시티 시장을 뽑는 선거가 함께 치러졌는데, 출구조사 등을 통해 PAN의 참패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AP통신은 “PRI가 상·하원 가운데 적어도 한 곳에서 과반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며, 2~4명의 주지사 당선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멕시코 의회에서는 1997년 이후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적이 없었다.

 특히 PRI가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주장한 중서부 할리스코주 등은 90년대 PRI 반대 운동의 기점이 된 곳이다. 마약으로 인한 폭력이 심각한 수준인 북부 국경지대 지역에서도 민심은 돌아섰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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