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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임용시험 가산점 주고 45개월치 교육비 지급 …재취업률 95%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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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군인에 대한 지원을 놓고선 나라별로 차이가 크다. 징병제 국가도 있고, 모병제 국가도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경험과 사정에 따라 다른 점도 있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제대 군인의 사회 복귀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해당 제대 군인뿐 아니라 군 전체의 사기와 인재 모집, 전투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고려에서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먼저 제대 군인에 대한 처우를 총괄하는 기관이 국방부와 같은 급의 연방 부처다. 26만여 명이 일하는 미 재향군인부(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는 연간 876억 달러(2009년 기준, 약 100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쓴다. 근무 인원은 국방부에 이어 미 연방정부에서 둘째로 많다(우리나라는 제대 군인 업무를 국가보훈처 산하의 제대군인국이 전담한다).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서는데 미 전역 171개 병원에 9만6000개 병상을 직접 운영한다. 연간 수입이 2만 달러(약 2300만원)에 못 미치는 제대 군인이라면 전액 무상 치료를 받는다.

재취업을 위해선 체계적으로 나선다. 입대 전 기업체나 정부 기관에서 일했던 사람은 전역 후 당초 직장에 복직할 때 직위 보장 등 특전을 준다. 또 전쟁 지역에 파견됐다가 복귀했거나, 전투 중 부상을 입었다면 각종 임용시험에서 가산점을 준다. 참전 후 제대한 군인이거나 참전 경험이 없더라도 20년 이상 군에서 복무했다면 대학 교육 등을 위해 45개월까지 교육비를 지원한다. 미국 제대 군인(부사관·장교 기준)의 재취업률은 95%에 달한다.

제대 군인의 자부심도 크다. 국가보훈처 서울제대군인지원센터 성은진 홍보담당은 “미국 소도시나 마을 단위에선 제대 군인이 지역 사회의 소소한 분쟁과 갈등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고 말했다.

독일은 제대 군인을 위한 교육 제도와 취업 알선 제도가 잘 정비돼 있다. 복무 기간에 비례하는데 12~15년을 복무했다면 전역 전 1년6개월, 전역 후 2년6개월을 포함해 4년간의 직업훈련을 실시한다. 국가 및 공공기관엔 제대 군인 할당제가 있다. 직급에 따라 11~16%까지의 할당이 법으로 강제된다. 그러니 제대 군인의 재취업률이 90%를 넘는다.
일본 자위대 재취업률은 97%다. 전역 예정자는 전역 2년 전 개인 희망에 따라 연고 지역에 배치한다. 전역 후 생활 기반을 잡게 하려는 의도다. 하사관과 위관급 전역 예정자 중 희망자는 국가 자격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직업훈련을 돕는다. 국가자격증 취득률이 93%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일본에서 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크게 변했다. 자위대는 전쟁 원흉인 옛 일본 제국군이 해체된 뒤 1954년 창설됐다. 창설 당시는 물론 창설 후에도 오랜 기간 동안 군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았다. 자위대 창설을 주도한 요시다 시게루 전 일본 총리는 1950년대 자위대원을 상대로 “여러분은 평생 히가케모노(日陰者·음지에 숨어 사는 사람, 전과자)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연설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지난 3월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일본 국민의 91.7%가 자위대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도 제대 군인의 사회 복귀 지원비를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보훈교육연구원 서운석 연구원은 “제대 군인을 위한 중국의 보훈사업비는 2009년 310억 위안(약 5조6000억원)이었는데 이 중 30% 정도가 사회복귀 지원예산이었다. 그 비율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제대 군인에게도 외국과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육군본부 제대군인지원처 박창남 중령은 “공기업 등엔 군 출신자에 대한 법정 의무고용 비율이 정해져 있지만, 지키지 않아도 소액의 과태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사관과 장교 출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더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군은 광역지자체에만 있는 비상계획관을 섬·해안 등 안보 취약지역 지자체에 도입하고, 법정 의무 고용비율을 지키도록 제재 수단을 높이거나, 군 가산점을 인정하는 등의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동국대 김상겸 교수는 “우리 사회엔 과거 군사정부 시절 군의 행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군인들의 헌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 전체적으로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대 군인에게만 특별지원을 할 수 없다는 정서도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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