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경제공항’ 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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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그리스 총선이 신민주당의 승리로 끝나며 세계 경제를 압박해 온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는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상에서는 “그리스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긴축을 반대하는 정당에 손을 들어 준다면 스페인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이 공항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긴축안으로 그리스 경제가 공항에 빠질 수 있는 지점에 들어섰다”는 등 그리스 사태를 우려하는 내용의 글이 많이 올라왔다.

 이처럼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기업과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등 경제적으로 커다란 혼란이 초래돼 경제 활동을 마비시키는 상황을 가리킬 때 ‘경제공항’ ‘대공항’ 등으로 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기로 ‘경제공황’ ‘대공황’으로 써야 바르다.

 ‘공황(恐慌)’과 ‘공항(空港)’은 한자나 그 뜻이 전혀 다르지만 발음이 비슷해 잘못 쓰이곤 한다. 한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로 부동산 업계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6월 전국 모의고사의 난이도가 예상 외로 높자 많은 수험생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등과 같이 ‘근거 없는 두려움이나 공포로 생기는 심리적 불안 상태’는 ‘공황’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뚜렷한 근거나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공황 발작이 되풀이되는 병을 일컬어 ‘공항장애’라고 쓰는 경우도 있으나 이 역시 ‘공황장애’라고 해야 한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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