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놀고 잘 자는 효자 지민아~ 사랑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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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엄마는 지민이가 태어나던 날을 기억한단다. 녹색의 짙은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그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고마웠던 초여름. 늦은 밤부터 진통이 오기 시작해 엄마와 아빠는 묵묵히 꾸려놓았던 짐을 싸들고 차에 올라 비상 깜빡이를 켜고 산부인과로 향했지. 너와 엄마의 힘겨웠던 두 시간의 진통 끝에 만나게 됐어. 처음 넌 얼룩덜룩 빨갛고 검은 피부였어! 원래 신생아가 태어나면 그렇다는데 엄마는 둘째 출산이면서도 그 사실을 망각한 채, 밥 대신, 라면을 많이 먹어서 우리 지민이가 까만 걸까? 싶기도 하고 그 순간 너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몰라.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많은 일이 있었단다. 신생아 때부터 지금까지 널 안고 어디든 다니면 뒤에선 사람들의 환호.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놀라서 돌아보면 네가 그 사람들에게 너무 밝고 해맑은 웃음을 지어줬지. 그 미소가 얼마나 예쁜지. 그리고 어찌나 잘 웃는지. 정말이지 너의 웃음과 미소를 보고 있으면 세상이 그토록 아름다워 보이고, 얼마나 행복해졌는지 몰라. 가끔은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야 “지민아~ 너 내 아들 맞니? 어디서 요런게 나온 거야~”

이렇듯 너를 키우면서 솔직히 힘든 건 없었어. 잘 울지도 않고. 잘 놀고, 잘 자고, 응가도 잘하고 너같은 효자도 있을까 싶었단다. 하지만 네가 신생아 땐 아파서 대학병원을 갔었는데 신생아들은 열이 나면 안 된다며 그 작은 몸에서 피를 얼마나 많이 뽑아가던지. 그것도 모자라서 척수에서까지 뽑아야 한다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엄마랑 아빠랑 둘이 앉아서 얼마나 고민한지 몰라 “집에 가자.” “아니야, 하자.” 이러면서.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때는 정말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무서웠고 많이 속상했단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무럭무럭, 건강하게 쑥쑥 커가는 널 보면 엄마는 코끝이 찡해져. 그 작던 우리 아기가 이렇게 커서 엄마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미소를 지어주고, 밥을 먹고, 또 엄마 품에 안겨있을 때면, 천사를 내려 주신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그래서 엄마는 더 강한 엄마로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했지. 지민이가 엄마 손을 잡고, 서툴게 한발 한발 내 딛는 것처럼, 엄마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너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그리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해 많이 노력할께. “세상은 살만한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끔.

그리고 엄마아빠는 모두 기억할거야! 처음 너의 심장소리를 듣던 날, 그리고 처음 너와 눈을 마주쳤을 때, 처음 너의 작은 몸을 안았을 때. 모든 순간순간 작은 행복들을 가슴에 담아 네가 미운 네 살 꼬맹이가 되어 엄마 아빠를 한숨 쉬게 할 때, 유치원에서 돌아와 흙투성이 옷을 입고 방안을 휘저을 때, 해맑은 표정으로 빵점 짜리 시험지를 종이비행기로 만들 때, 첫사랑의 실패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할 때, 엄마 아빠는 모른다며 혼자 고뇌하는 사춘기가 올 때 엄마, 아빠는 꺼내어 볼거야! 네가 품에 안겨 웃고 울게 했던 작은 너의 몸짓을. 그 행복들을 꺼내어 감사하며 우리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 줄꺼야. 사랑한다. 지민아~

지민이 돌잔치

아빠 윤진규 엄마 장해영 아기 윤지민

장소 천안 까르르 스타
일시 2012년 6월 9일 저녁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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