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수립 주도권, 정부서 국회로 넘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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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장규 교수

정부의 경제정책은 누가 주도하고 있을까. 과천 경제부처 관료들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여의도 국회로 상당 부분 옮겨 갔다. MB노믹스의 상징인 감세정책도 지난해 국회에서 사실상 철회됐다.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냈던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경제정책 수립의 권한은 의회가 4분의 3, 정부가 4분의 1을 나눠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제관료와 국회의원을 모두 해 본 김 의원의 평가다. 그는 사단법인 오피니언리더스클럽(OLC)이 경제개발 50주년을 기념해 25일 서강대에서 연 ‘경제 발전과 정부의 새로운 역할’ 토론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김 의원은 “그나마 4분의 1의 권한도 과거 경제기획원 같은 정책 컨트롤 타워가 없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정부 역할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보완하려면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정부가 힘이 부쳐 추진력이 떨어진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휘하는 서비스산업육성회의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나서면 장관이 다른 부처와 협의를 거치는 등의 과정이 줄어든다”며 “3년 걸쳐 추진될 일이 1년이면 마무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서강대 박정수(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정책 결정에 있어 무게중심이 사실상 행정부에서 의회로 넘어갔다”며 “경제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화와 개방화가 진척되면서 경제 발전을 위한 정부 기능이 시장으로 많이 넘어갔고, 그나마 남은 경제정책 수립의 주도권도 의회가 갖게 됐다”고 했다. 박 교수는 “대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사회적 압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중소기업을 보호하거나 따로 적합업종을 지정해 주기보다는 중소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서강대 이장규 교수도 “정부와 정치권 간의 역학관계가 매우 중요해졌고, 양쪽이 합의하지 않으면 정책이 수립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정부의 새로운 역할은 과연 무엇일지 의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정부 측 패널로 참석한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변화된 여건에 맞춰 정부는 의회가 경제 발전을 위한 제도를 차질 없이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에도 충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섭(정책위의장) 민주통합당 의원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내재적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선 재정 투입의 강화 등 정부의 사전적·사후적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역할에 있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정부는 시장 실패나 외부 충격의 경우에만 단기적으로 시장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며 “공무원들이 자기 자리를 만들기 위한 인위적 정책 남발은 국민의 힘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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