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명 예약받고 배도 못 띄운 크루즈호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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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남 여수시가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야심 차게 준비한 크루즈호텔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당초 박람회 개막일(12일)에 맞춘 크루즈호텔 개장이 28일로 연기된 데 이어 또다시 다음 달 8일 이후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여수시는 크루즈호텔로 사용할 ‘오션 에머랄드호’의 여수항 입항이 다음 달 6일 이후로 미뤄졌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따라 크루즈호텔 개장은 당초 예정일보다 한 달 가까이 늦춰졌다. 2만3149t급의 파나마 선적인 이 배는 늦어도 26일에는 박람회장 내 제3부두에 닻을 내리고 8월 12일 폐막 때까지 해상호텔로 이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예기치 못했던 암초들을 만나면서 계속 빗나가고 있다. 시는 선박 변경 문제로 호텔 개장을 개막일에서 보름가량 미룬 이후에도 정상적인 해상호텔 운영을 자신했다. 바뀐 선박을 이용한 호텔 개장이 코앞으로 다가온 18일까지도 “선박이 13일 멕시코의 마사틀란(Mazatlan)항을 떠나 여수로 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이 배는 지난 13일 여수항으로 출발하지 못했다. 기름을 넣기 위해 미국의 샌디에이고항에 갔다가 선박 안전인증서가 없어 멕시코의 만사니오항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안전인증서는 매년 선박의 안전검사를 한 결과로 선박의 운항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서류다. 여수시 관계자는 “선박의 안전인증서가 없어 시간이 열흘가량 또 지체됐다”며 “21일 인증서를 받았기 때문에 다음 달 6~9일에는 여수항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예약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숙박이 예약된 객실은 총 1만2300여 실(3만600여 명). 하루 최대 수용 규모인 540객실(1300여 명)의 23일치 규모다. 이 중 1700객실(4200여 명)은 이번에 연장된 2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의 예약분이다. 시와 해상호텔 사업자인 여수엑스포크루즈㈜는 부랴부랴 뒷수습에 나섰다. 예약자 4200여 명을 상대로 배가 도착하는 다음 달 8일 이후로 예약일을 바꿔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 중 1632객실(4050여 명)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숙박 날짜를 바꾸거나 예약을 취소했다.

 그러나 나머지 68객실(150여 명)은 승선 날짜에 맞춰 휴가 일정을 잡은 경우가 많아 발을 구르고 있다. 여수엑스포크루즈 측은 이들을 인근의 호텔에 투숙시킬 예정이지만 논란은 커지고 있다. 크루즈호텔의 운영이 한 달가량 차질을 빚으면서 여수엑스포의 신뢰도까지 추락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회사 김종욱 부사장은 “배가 21일 출발한 것으로 확인돼 승무원 교육과 마케팅, 홍보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며 “예약자들이 돈을 지불하지 않은 가계약 상태에 있어서 무더기 환불사태는 없고, 나머지 68객실도 대체 숙박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여수=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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