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선 76%가 사퇴하라는데 … 이석기는 “국민이 사퇴 원치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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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있는지.”(사회자)

 “언제든 대화를 환영한다. 만나겠다. 가능한 빨리 만나서 파국으로 치닫는 사태를 지혜롭게 서로 양보·배려해서 풀었으면 좋겠다는 게 저의 바람이다.”(이석기)

 지난 17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당선인은 오후 4시 YTN에 출연해 웃음까지 지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약 6시간 후 강기갑 위원장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약속시간 10분 전 “지방에서 올라올 수가 없다”면서다. 다시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통합진보당 이정미 비대위 대변인은 18일 낮까지 “그쪽(이석기 당선인 측)에서 약속을 취소했기 때문에 먼저 약속을 청해오는 것이 예의인데 아직 연락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 강 위원장과 이 당선인은 18일 저녁 7시부터 세시간 동안 만나기는 했으나 이 당선인이 말한 ‘양보’나 ‘배려’는 없었다. 둘은 견해 차이만 확인하고 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말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①거짓말이거나 우기거나=이 당선인은 지난 11일 tvN에 출연해 “(민혁당 사건 핵심 연루자인) 하영옥씨와는 10년 넘게 연락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반면 하씨는 같은 날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가을 부친상 때 (이 당선인이) 문상을 와서 (최근에) 한 번 봤다”고 말했다. 이미 민혁당 사건으로 복역 중이던 이 당선인이 특별휴가로 출소했을 때인 2003년 하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된 것도 있다.

 이 당선인은 비례대표 사퇴 문제에 대해 “국민 여론도 이 문제의 해결책이 사퇴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본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석기·김재연 등 비례대표 당선인들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76.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당선인 등이 ‘사퇴할 필요가 없다’(16.1%)는 의견의 네 배 이상이다.

 ②책임 전가=중앙위 폭력 사태에 대해 이 당선인은 “(대표단이) 오히려 강행처리를 함으로써 폭력을 유발시키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권파 당원들이 9시간여에 걸친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끝에 물리력을 동원해 단상을 점거하고 대표단을 폭행한 데 대한 책임을 되레 대표단에 돌린 것이다. “부정이 70%, 50%는 돼야 총체적 부정·부실로 표현할 수 있다”는 희한한 논리도 제시했다. 비당권파 관계자는 “한마디로 황당한 억지”라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당선인은 자신에 대한 언론보도에 대해선 “저에 대한 탄압은 야권연대를 파탄시키려는 음모에서 비롯한 것 ”이라고 말했다. 한 비당권파 당원은 “ 당 활동을 10년 넘게 했는데 이 당선인은 이번에 처음 봤다. 자기가 무슨 진보의 대표인 것처럼 말하나”라고 꼬집었다.

 ③말 돌리기=이 당선인은 북한에 대한 질문엔 모호하게 답변한다. 가령 주체사상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강을 건너면 그 배는 또 버리고 가는 것처럼 특정 사상, 특정 이념이 규정되기보다는 어느 것이 우리나라 현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이익에 맞게 그들을 위한 삶의 정책을 생산하는 데 바람직할 것인가에 중점이 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사상은 그릇에 담긴 물 같아서 그릇의 모양에 따라, 시대와 역사에 따라 바뀐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간단히 답변할 수 있는 문제인데, 빙빙 돌려 지금도 지지한다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알 수 없게 답변하고 있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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