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 시어머니·장애인 남편 수발하는 일본인 며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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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8일 전북 부안군 부안읍 선은마을 마을회관에는 ‘김영천·아사노 대통령상 수상’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 마을 주민 김영천(49·지적장애 3급)씨의 일본인 부인 아사노 도미코(49·사진)가 제40회 어버이날 표창을 받은 것을 축하하는 현수막이다. 아사노는 한국의 장애인 남편과 결혼해 중풍을 앓는 시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신 사실이 알려져 효행상을 받았다.

 아사노는 1963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그 지역 야마모토고교와 카로우사이 전문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95년 남편 김씨와 결혼해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 18년째 시어머니(임영례·80)를 모시고 산다. 특히 임씨가 3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져 우측 마비가 온 뒤 아사노는 시어머니를 목욕시키고 옷을 갈아 입히고 병원에 동행한다. 왼손으로 부자연스럽게 식사하는 시어머니를 돕는다. 남편 김씨는 97년 일하다 목을 크게 다쳐 근로능력이 없다.

 아사노는 2년 전부터 읍사무소에 청소 일을 나간다. 이 돈과 정부 지원금으로 1남2녀 학비와 시어머니 병원비를 댄다. 김씨는 “아내가 절대 짜증을 안 낸다. 식구들한테 너무 잘한다”고 자랑했다.

 아사노는 틈틈이 마을 경로당과 동네 독거노인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아사노는 “저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이 많은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고맙다”며 “한국에서 더 열심히 살라는 뜻으로 이 상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어버이날 수상자들과 함께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찬을 했다. 이 대통령은 아사노를 염두에 둔 듯 “일본에서 시집오신 분 계시죠. 아주 가정이 어려운데도 봉사를 많이 하고 계시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엔 정말 훌륭한 분들이 모여계시다. 한 분 한 분이 보통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할머니와 시어머니를 극진히 봉양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최순덕(51·강원도 철원군)씨 등 168명이 훈장·포장·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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