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LA 폭동은 편견에 대한 경고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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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주한인회 총연합회가 ‘로스앤젤레스(LA) 폭동’ 20주년을 하루 앞둔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의미심장하다. 성명은 “LA 폭동은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집단폐쇄성과 배타성을 내세운 게 원인이었다”고 반성하고 “재미동포 사회가 민족적 자만에 빠져 타민족을 경시하는 풍조가 늘어가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LA 폭동은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4명의 백인 경찰관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반발한 현지 흑인들이 벌인 무법천지다. 우리 교포가 총격에 숨지고 수많은 상가가 약탈·방화 피해를 보았다. 이번 성명은 폭동의 가해자를 탓하는 대신 미래지향적으로 다른 민족에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한인 사회의 자성과 분발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수많은 한인에게는 물론 최근 급속히 ‘다문화 사회’로 나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울림을 준다.

 결혼·취업·교육 등의 이유로 수많은 외국계 주민이 이주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종과 민족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해는 아직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못 미친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전국 19~74세 국민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서 응답자의 36%만이 ‘다양한 인종·종교·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좋다’고 대답했다. 유럽 18개국의 평균 찬성 비율인 74%의 절반 이하다. 이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주자들이 외모나 언어 구사 능력의 차이를 이유로 한국에서 따돌림과 차별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말해준다.

 우리 현실에서 다문화는 불가피하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교육·고용 등 다양한 부문에서 법과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다문화는 필요하다. 다양한 인재를 받아들여 기회를 주는 포용력은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힘이 된다. 우리는 해외에 살고 있는 글로벌 코리안의 성공담을 국적과 상관없이 자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이주해 살고 있는 외국계 주민들의 성공도 우리의 자랑으로 포용해야 한다. LA 폭동은 대한민국에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기억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