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웃돈만 최고 6억, 광진 트라팰리스 성공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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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기자]

부동산 투자의 성공과 실패는 백지 한장 차이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다. 호시절에 통했던 용어다. 지금의 트렌드는 기칠운삼이 더 어울린다.

이제 철저한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구따라 강남갔다가는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개발사업은 기발한 아이디어나 차별화된 전략과 기지 등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해왔던 식으로 추진했다가는 수요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

그동안 번뜩이는 기지와 독특한 아이디어로 대 성공을 이룬 개발사업 사례를 연구해본다.

지주조합 방식으로 사업기간을 단축시킨 광진 프라팰리스

▲ 광진 트라팰리스 단지 배치도

서울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인근 옥상에 비행접시가 착륙해 있는 모양의 높다란 건물이 있다. 광진 트라팰리스라는 주상복합아파트다. 2003년 10월에 분양해 2006년 하반기에 입주를 마쳤다.

이 프로젝트는 건설사들이 기피했던 사업지에 특별한 사업방식을 접목해 성공을 거둔 사례로 꼽힌다.

이런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은 한원디벨롭먼트 서영무 회장이고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은 고광현 대표와 신민철부장이다.

2000년부터 이곳의 사업 기밀이 새 나가 약삭빠른 사람이나 개발법인들이 땅을 사들여 소위 ‘알박이’가 성행했다.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고 강남접근이 쉬운 노란자위 땅으로로 불렸던 이곳은 '알박이'들로 인해 땅값이 너무 올라버렸다. 이곳을 탐내던 건설사들은 땅값 상승에다 '알박이' 기승으로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다 포기해버렸다.

이 기피지역을 지주조합방식을 적용해 사업을 성공시킨 것이다. 한원은 ‘알박이’땅을 비싸게 사들여 지주로 참여하면서 전체 사업을 대행하는 PM사 역할도 함께 했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지주로서의 개발이익 외 거액의 PM수수료로 수익도 올려 큰 재미를 봤다. 시공은 삼성건설이 맡았다.

▲ 광진 트라팰리스에서 올림픽대교 방향 전망

▲ 광진 트라팰리스에서 아차산 방향 전망


지주가 사업자로 참여한 지주조합방식은 어떤 것인가. 재건축이나 재개발사업,조합주택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이는 방식은 민법상의 조합이어서 명확한 기준은 없다.그저 사업주체 중의 하나 일뿐이다.

일반 사업지의 경우 지주가 땅을 대고 건설사가 공사를 하는 지주공동사업은 간혹 진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순수 지주조합 방식을 적용한 사례는 없었다. 광진트라팰리스가 첫 케이스다.

왜 일반주택지역에서 지주조합 방식의 사업이 인기를 얻지 못했을까. 민법상의 임의조합 형태인 지주조합은 조합원들이 아파트를 우선 공급받을 수가 없다. 아파트를 받아야 돈을 벌게 되는데 이런 혜택이 없으니 지주들이 원하지를 않는다.

하지만 이곳은 지주들에게 아파트 우선 공급권이 주어졌다. 단순히 땅을 매각하는 것보다 이익이 더 많으므로 지주들이 사업에 적극 협조, 사업진행이 순조로웠다.

▲ 광진 트라팰리스 사업구도

이곳은 어떻게 지주에게 우선 공급권이 주어졌는지 궁금할 게다. 당시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에서 건립이 가능한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주택건설촉진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도록 돼 있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의한 청약절차를 따르지 않아도 되었다. 사업주체가 아파트를 임의로 분양해도 되었다.그래서 조합원에게도 우선적으로 아파트를 배정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일반 아파트는 20가구 이상이면 청약 순위대로 분양을 해야 하고 조합원도 자기가 짓는 아파트라고 해서 마음대로 갖을 수가 없다.

사업지는 당초 일반 주거지역이었으나 광진구가 건국대앞에서 뚝섬 유원지역까지를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기로 하고 당초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놓았다.이로 인해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수 있어 지주조합방식의 사업이 가능했던 것이다. 처음 사업에 눈독을 들였던 회사들은 이런 방식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민간사업은 건설사나 시행사가 직접 땅을 매입해 건물을 짓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었지만 이 케이스는 지주들이 민법상의 조합을 구성해 사업주체가 됨으로써 사업기간을 단축시켰다.

건설사나 시행사가 진행할 경우 땅 매입과정에서 지주들과의 협상 결렬로 시간이 지체되는 일이 많다.보통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도 10년 이상 걸리는데 이곳은 5년만에 완료했으니 금융비용 등이 얼마나 감소됐겠는가.

이 프로젝트는 지주조합구성으로 사업기간을 단축시킨 것 뿐만 아니라 미리 아파트를 살 사람이 거의 정해져 완전 일반 분양분보다 리스크가 훨씬 적었다. 일반에 모두 분양하는 경우 평형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질 게다.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미분양사태가 벌어져 큰 낭패를 본 사례가 어디 한두 곳이든가.

지주가 조합원이므로 미리 원하는 평형이 정해져 평형 구성 작업이 매우 수월하게 진행됐다.

조합원분으로 50∼60평형대를 배정해 대물로 개발이익을 배분했고 일반 분양분은 수요가 많은 30∼40평형대로 만들어 대 성공을 이뤘다. 당시 큰 평형의 집값 상승률이 높아 그만큼 시세차익이 많아졌다.

3.3㎡당 분양가는 평균 1650만원 선이었다. 입주 당시 웃돈만 6억원이 붙을 정도로 집값이 올랐으나 지금은 3.3㎡당 2300만원 수준이다. 그래도 분양가 대비 70% 가량 오른 시세로 2007년 입주한 인근 더샵 스타시티와 비슷한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 광진 트라팰리스 주택형별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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