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후보 자질 논란 정당이 책임져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정당 추천 후보의 자질 문제에서 이번 4·11 선거는 역대 최악의 총선으로 기록될 것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후보의 전력(前歷)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부실 심사가 많았다. 일부 후보에 대해선 당이 하자를 알고도 공천했다가 나중에 후보가 사퇴하거나 공천이 취소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 일부의 경우 당이 공천을 강행하거나 후보가 출마를 고집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여론조사 조작과 선거인단 동원에 이어 ‘후보 자격 시비’는 엉성한 경선·공천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증거품이다. 자질 논란은 투표일은 물론 선거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다.

 여야 후보는 이미 오점(汚點)을 많이 남겼다. 새누리당에선 석호익(여성비하발언 논란), 손동진(지방기자에게 금품 살포), 이봉화(쌀 직불금 부당 수령), 부상일(자원봉사자에 대한 금품 지급) 후보의 공천이 취소됐다. 당은 공천 논란 책임을 지고 부상일 후보의 제주을에는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았다. 당은 이런 조치들을 취했지만 부실 심사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부 문제는 간단한 조사만으로도 사전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심각한 논문 표절이 드러난 문대성 후보에 대해 공천을 강행하고 사과조차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1심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전 사무총장과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을 공천했다가 큰 역풍을 맞았다. 결국 두 사람은 후보가 되지 못했다. 야권단일후보도 잡음이 많았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보좌진의 여론조사 조작으로 후보직을 내놓아야 했다. 역시 단일후보였던 같은 당 윤원석 후보는 성추행 전력이 다시 불거지자 후보를 사퇴했다. 민주당 정세균 후보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표절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일부 통합진보당 후보는 김일성 주사파와 관련된 전력을 갖고 있다.

 가장 파장이 큰 자질 논란의 후보는 두 야당이 연합 공천한 김용민 후보일 것이다. 과거 그가 여성·노인·교회를 비하하는 성적(性的) 비속어와 막말을 남발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당·여성계·기독교계 등에서 사퇴 요구가 빗발쳐도 김 후보는 선거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어제 서울광장에서 열린 ‘나꼼수 집회’에 출연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후보 사퇴를 권고했지만 김 후보가 거부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태도는 소극적이며 책임 회피다. 과거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사건이 터졌을 때 민주당은 강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출당을 요구했다. 강 의원은 탈당했고 공천을 받지 못했다. 김용민의 저질 발언은 정도가 훨씬 심한 것이다. 민주당은 당적(黨籍)을 빼앗아 후보등록이 무효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공직 후보자는 정당의 얼굴이다. 자질은 기본적으로 후보의 책임이지만 동시에 후보를 공천한 정당의 책임이기도 하다. 공천장은 후보에 대한 일종의 보증서인 것이다. 심사에서 거르지 못하면 정당은 사후라도 문제 후보가 출마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