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외자유치 협상 제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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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사업과 초고속인터넷망 구축 등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는 국내 통신업계가 추진중인 해외투자유치 활동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두루넷, SK텔레콤 등은 외국 통신업체나 투자기관들을 상대로 수개월간 투자유치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통신의 경우 전략적 제휴를 통한 해외자본을 유치한다는 기본방침을 세우고 한통의 지분 15%를 3∼5%씩 나눠 외국업체에 매각, 약 60억달러를 유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증시침체에 따른 주가하락과 연말로 예정된 IMT-2000사업권 향배 등 여러가지 변수로 인해 지분매각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계철 한국통신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해외의 4-5개 업체와 접촉중이나 이들 해외업체들이 비동기식 IMT-2000사업권 획득을 전제로 하고 있어 올해 안으로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통관계자는 "국내 주가와 해외 DR(주식예탁증서)가격, IMT-2000사업권 획득여부 등에 따라 외자유치 금액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외자유치 금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내 주가의 하락으로 인해 당초 기대치는 어려울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도 투자금액 마련을 위해 내자 1조원과 외자 1조원 등 2조원의 투자유치를 추진중인 하나로통신은 외자유치의 경우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매듭이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아시아, 유럽, 미국의 여러 투자기업으로 이뤄진 투자집단과 협상이 마무리단계에 있어 내달초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이들 외국계 기업들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국내 주요주주들에게 1대 주주로서 경영권 확보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로통신의 주요주주는 LG그룹(13.8%), 삼성그룹(9.0%), 현대그룹(7.6%), SK그룹(7.1%), 대우증권(4.5%), 두루넷(4.8%) 등으로 어떤 그룹도 경영권을 장악하고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로통신은 특히 시중의 주식물량 규모가 커 주가관리차원에서 이번 외자유치는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케이블망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제공중인 두루넷은 벤더파이낸싱 방식의 외자조달과 투자유치 등 두가지 방식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벤더파이낸싱이란 서비스업체가 통신장비제조업체에 장비구입을 전제로 자금을 지원받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장비공급선을 확보함과 동시에 원활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두루넷은 현재 미국의 대형 PC메이커로 부터 벤더파이낸싱 방식으로 약 300억∼400억원을 조달하는 협상과 함께 해외기업으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도 일본의 NTT도코모를 비롯한 여러 해외통신업체들을 상대로 10%내외의 지분매각을 통해 4조∼6조원 규모의 해외투자유치 협상을 진행중이다. SK텔레콤은 그러나 당장 대규모 자금수요가 없는데다 IMT-2000사업권 획득이 확정되지 않았고 국내 주가하락 등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상황을 감안, 외자유치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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