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커피숍의 역습, 뉴요커 사로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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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뉴욕의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 토종 커피전문점 카페베네가 문을 열었다. 오후 휴식 시간은 뉴요커로 북적거린다. 한국 식품업체들은 이렇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경이롭다(surprise). 프랜차이즈 같지가 않다. 자동화된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니라 숙련된 바리스타가 만든다. 미숫가루라떼는 포옹처럼 포근한(comforting as a hug) 느낌이다.’ 미국 대표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다이닝 앤드 와인(Dining & Wine)’ 섹션에 지난달 21일 실린 기사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 타임스스퀘어에 문 연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요즘 이 점포엔 하루 평균 2000여 명이 들른다. 카페베네 측은 “뉴요커들이 ‘다크 아즈텍(Dark Aztec)’이라는 초콜릿 음료를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농심 신라면은 지난해부터 미국 판매 양상이 바뀌고 있다. 회원제 대형마트 코스트코를 통한 판매량이 큰 폭으로 뛰었다. 백인들이 신라면에 입맛을 들이면서 백인 회원이 많은 코스트코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신라면은 중국에서도 인기다. 프리미엄 대접까지 받는다. 값은 가장 비싼 중국라면 캉스푸(康師傅)의 1.5배인, 개당 3.5위안(620원)을 받는다. 그럼에도 지난해 중국에서만 2억 개가 팔렸다.

중국 배우 쩡즈웨이(曾志偉)를 내세운 농심 신라면의 중국 현지 TV광고 장면.

식품에도 한류(韓流)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인들이 한국의 맛에 끌려 한국 식품을 찾는가 하면, 국내 프랜차이즈들은 이런 흐름을 타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농식품 수출은 급증세를 타고 있다. 2010년 59억 달러(약 6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77억 달러로 30.5% 증가했다.

국내 공급은 중단됐지만 신라면블랙은 최근 미국의 라면 전문가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한스 리네쉬라는 미국인이 ‘세계 톱10 라면’이라는 블로그에서 신라면블랙을 7위로 꼽았다. 전 세계 600여 종의 라면을 비교한 결과다. 리네쉬는 “신라면블랙에 계란을 풀고 치즈 한 장을 얹어 낸다면 별 다섯 개 만점을 주겠다”고 평했다.

대상 청정원은 ‘마시는 홍초’로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일본에서 512억원어치가 팔렸다. 총 2500억원 규모인 일본의 마시는 식초 시장에서 20% 이상을 대상이 차지한 것이다. ‘마시는 홍초’가 동종 상품 중 1위임은 물론이다. ‘마시는 홍초’는 2008년 일본에 첫선을 보였으나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2010년까지도 그랬다. 2010년 한 해 판매액이 14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아이돌 걸그룹 ‘카라’를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면서 돌풍이 시작됐다. 카라를 일본 내 모델로 기용한 것은 지난해 8월. 그때부터 판매가 쑥쑥 늘었다. 8월 한 달 동안 70억원, 9월엔 113억원어치가 팔렸다. 지난해 9월 한 달 매출이 2010년 1년 전체의 8배다. 대상 청정원 측은 “카라를 통해 ‘마시는 홍초가 미용에 좋다’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중국·일본·스페인·터키·멕시코·에콰도르 등 전 세계 32개국에 진출한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다음 달 사우디아라비아에 점포를 낸다. BBQ는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이슬람 시장이 아주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 상대적으로 닭고기 소비량이 많다. 또 한번 살 때 5~10마리를 사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일부다처제 국가인데 부인들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어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려고 대량 구매를 한다”는 게 BBQ 측의 설명이다. BBQ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올해 안에 브라질·인도·영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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