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 제주 여객선 5월까지만 운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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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선사들이 하나둘 운항을 중단하면서 부산~제주 간 뱃길이 끊기게 생겼다. 5월까지만 운항하는 마지막 한 척, 코지아일랜드호가 14일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 부두에 홀로 정박해 있다. [송봉근 기자]

1977년 4월 처음 열린,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뱃길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부산해양항만청은 부산~제주 간 여객·화물을 운송하는 동양고속훼리㈜가 현재 운항 중인 여객선 코지아일랜드호(4388t)의 매각과 함께 여객운송면허 반납을 통보해왔다고 14일 밝혔다. 코지아일랜드호는 오는 5월 31일까지 운항 예정이다.

 항만청과 회사 측에 따르면 사업을 철수하하게 된 것은 2008년 전후로 에어부산·제주항공 등 저가 항공사의 등장으로 해마다 부산~제주간 여객·화물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부산에서 제주로 갈 경우 어른 기준으로 배(아일랜드호 3만900원)가 비행기(에어부산 5만9000원)보다 가격은 싸지만 걸리는 시간은 10배(비행기 1시간, 배 11시간) 넘게 차이 난다. 빠른 여행을 선호하는 여행객을 저가항공에 빼앗기는 이유다. 실제 2008년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중구 중앙동 연안여객부두 소재)을 통해 제주로 간 승객은 15만8779명이었지만 지난해는 11만2854명으로 줄었다.

 코지아일랜드호와 함께 부산~제주를 오갔던 같은 회사의 현대 설봉호(4166t)가 지난해 9월 화재 이후 운항이 중단되면서 승객 감소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설봉호 화재 전에는 두 배가 번갈아 매일 저녁 7시 제주로 떠났다. 지금은 화·목·토요일에 코지아일랜드만 운항하면서 여행객의 불편이 커져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화물 운송도 2010년 34만1852t에서 지난해 22만8526t으로 크게 줄었다. 동양고속훼리 관계자는 “경남 사천 삼천포항이나 전라도 목포 등에서 현대화된 쾌속선을 제주 노선에 투입하면서 상대적으로 낡고 느린 우리 배를 이용하는 고객이 줄었다”면서 “여기에 선박연료유 가격의 고공행진까지 겹쳐 더 이상 배를 운항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제주 노선이 끊기면 부산의 연안 뱃길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2010년 12월 부산~거제를 잇는 거가대로 개통 이후 이곳을 오가던 선박 6척도 지난해 7월 1일 전면 폐업해 부산~제주 노선만 명맥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에 부산해양항만청은 부산시와 제주도, 해운조합과 함께 부산~제주 노선을 운항할 대체 선사를 찾고 있다. 오신기 부산해양항만청 선원해사안전과장은 “항구도시 부산에 연안 뱃길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대체선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제주 간 뱃길이 313㎞나 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체 선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뱃길이 끊기면 연안여객터미널의 미래도 불투명해진다. 연안여객터미널이 북항 재개발사업에 따라 2014년 8월 인근 국제여객터미널(중앙동 1부두)자리로 옮길 예정이지만 배 한 척 없는 터미널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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