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해군에게 “너희들은 해적이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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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방해하는 시위대의 행동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1일 해군기지 사업장의 펜스를 부수고 침입한 혐의(재물손괴)로 목사 이모씨와 신부 김모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시위대의 무차별적 공사 방해 행동은 주말에도 이어졌다. 10일 오후 6시10분에는 시민운동단체 ‘개척자들’ 전 대표 송강호 목사가 강정포구에서 해상 시위를 벌였다. 카약 을 타고 구럼비 해안으로 들어가려던 시위대를 경찰이 막아선 데 대한 항의 표시였다.

 이를 지켜보던 통합진보당 청년비례후보 김지윤(28·여)씨와 시위대 10여 명도 “구럼비 해안으로 가겠다”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른바 ‘고대녀’(해적녀)로 알려진 김씨는 ‘해군기지 백지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손에 들고 물에 들어가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같은 시간 포구 한쪽에선 해군기지 반대 행사에 참가한 시위대 2명이 공사 현장의 철조망을 넘어가려다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시위대는 육상에서의 통로가 막히자 이번에는 바다를 통한 공사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9일 펜스 파손 후 경찰의 감시망이 강화되자 카약을 타거나 헤엄을 쳐서 구럼비 해안으로 들어가려는 시위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귀포해경은 강정포구의 주변 바다에 24시간 동안 보트와 감시선 등을 띄워놓고 시위대의 공사장 진입을 막고 있다. 또 강정포구 인근의 해역을 수상 레저활동 금지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시위대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카약을 타고 공사현장 진입을 시도해왔다. 경찰도 시위대의 펜스 파손 이후 공사현장 안팎의 순찰을 강화했다. 공사장 정문과 강정포구 외에도 펜스 안쪽까지 전·의경 100여 명을 배치해 반대 측의 돌출행동에 대비하고 있다.

 시위대의 거센 반발과 기상 악화로 해군의 기지건설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해군은 11일 강풍으로 인해 발파 작업을 일시 중지하고 구럼비에서의 평탄화 작업과 준설 작업만 진행했다. 서귀포시 화순항에서는 강풍으로 인해 해군기지의 시공 시설인 플로팅 독(floating dock·반잠수식 야외 작업장)이 어선을 들이받아 2척이 침몰하고 1척이 파손됐다.

 한편 소설가 공지영씨는 10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해군을 해적으로 표현했다. 공씨는 “제주도민의 말도, 국회의 예산 삭감에도 아랑곳 않고 시민을 패고 물속에 처넣는 너희들은 해적이 맞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로 지칭한 것은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장관은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올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을 가져야 한다”며 “신성한 국방을 오도하고 해군의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주=최경호 기자

‘고대녀’ 발언에 맞장구 트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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