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박 “슈스케 덕 보긴 싫었어요, 잊혀지고 싶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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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슈퍼스타k2’(Mnet) 출연 당시 ‘밀쳐도’란 노래 가사를 ‘쳐밀도’라 잘못 불러 화제가 됐던 존박. 1년 넘게 한국에 머물며 우리 말 발음 또한 부쩍 정확해졌다. “예전엔 한국 노래를 부를 때 가사의 뜻을 영어로 생각해야 했지만, 이제는 한글 그대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사진작가 김제원]

2010년 10월. 대한민국은 두 남자 때문에 뜨거웠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 2’(Mnet)의 최종 2인 허각(27), 존박(24·본명 박성규) 때문이었다. 최종 우승은 허각에게 돌아갔지만, 존박의 인기도 만만치 않았다.

 이후 존박은 김동률·이적 등이 소속된 음반기획사 뮤직팜과 계약을 했다. 하지만 한참 동안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간 허각은 많은 히트곡을 내며 입지를 다졌다. 함께 출연했던 장재인·김그림·김보경 등도 왕성하게 뛰고 있다. 존박이 ‘슈스케 2’ 종영 16개월 만에 첫 번째 미니 앨범 ‘노크(Knock)’를 냈다. 15일 그와 마주 앉았다.

 - 데뷔 앨범이 많이 늦어졌다.

 “‘신입생 뮤지션 존박’다운 이미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을 모으려다 보니 늦어진 감이 있다. 이번 앨범에 5곡이 수록됐는데, 딱 이 5곡의 조합이 필요했다. 또 한국 사회와 가수 존박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존박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에 재학 중이던 2010년 한국에 와 오디션을 봤다. “가수가 되고 싶었다기보다, 도전의 의미가 컸다”고 했다.

 - 먼저 데뷔한 친구들을 보며 초조하지 않았나.

 “처음엔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 자신에게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점차 발전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오히려 잊혀지고 싶었다. 오디션 덕을 보고 싶지 않았다.”

 슈스케 출연 이후 그는 홍역을 앓았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원하는 일이 맞나’ 의문도 들었다. 가족이 모두 미국에 있어 외로움도 깊었다.

 - 어떻게 극복했나.

 “김동률 형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음악을 최고로 여기는 동률이 형에겐 어떤 ‘아우라’가 있다. 형 곁에 있는 것만으로 ‘음악에 집중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수로서의 미래를 확신하게 됐다.”

 수록곡 다섯 중 세 곡은 김동률이 작사·작곡했다. 타이틀곡 ‘폴링(Falling)’은 존박이 작사하고 프로듀싱에도 참여했다. ‘Falling 이대로 Falling for you/이런 날 잡아주세요’…브릿 팝(Brit Pop) 느낌의 서정적인 멜로디 위에 존박 특유의 중저음이 덧입혀진 곡이다. 그는 “얼핏 보면 사랑 이야기지만, 사실은 음악 작업을 하면서 외로움을 즐기기 시작하고, 나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외모 덕을 봤다’는 얘기도 있다.

 “‘비주얼 가수’라는 이미지는 버리고 싶다. 음악을 진지하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외모에 신경도 안 쓴다. 슈스케 종영 이후 피부과에도 한 번도 안 갔다.”

 인터뷰를 한 이 날도 그는 화장기 전혀 없는 수수한 모습이었다.

 - 어떤 가수가 되고 싶나.

 “동률이 형처럼 꾸준히 자기 곡을 쓰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 곡을 창조하는 재미도 알게 됐다. 다음 앨범엔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가 더 많이 포함될 것이다. 순수하고, 진지하게 음악을 시작하는 존박을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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