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내장지방 15% 줄이는 비만치료제 2상 완료 … 내년 제품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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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은 국내 제약기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 2011년에만 매출 6062억 원 중 840억 원(13.9%)을 신약개발에 투입했다. 제품 파이프라인만 총 12건. 흥미로운 점은 최근 외부 유망신약 발굴에도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예전부터 해왔던 자체 R&D 역량 축적에도 여전히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다. 내부와 외부의 R&D 역량을 융합하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신약의 탄생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것이 한미약품의 복안이다.

신약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한미약품연구센터 연구원 모습. 지금까지 한미약품은 신약 파이프라인 12개를 확보했다. [한미약품 제공]

표적항암제 ‘KX01’와 신약 투 트랙

한미약품은 투 트랙 전략으로 이미 표적항암제 ‘KX01’과 비만치료제 ‘ALS-1023’ 등 2건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먼저 미국 카이넥스가 개발한 KX01은 타기업의 유망신약을 발굴해 공동 개발, 제품화하는 한미약품 R&D 전략의 첫 결실로 평가받고 있다. KX01은 암세포 대사와 성장에 영향을 주는 효소와 단백질인 ‘SRC키나아제’, ‘프리튜브린’을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 기전의 혁신신약이다. 2014년 출시 후 판매가 본격화되면 한국과 중국에서만 연간 15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된다. 현재 혈액암 및 전립선암을 타깃으로 미국과 홍콩에서 1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첫 번째 천연물신약인 ALS-1023은 국내 바이오벤처 ‘안지오랩’이 개발했다. ALS-L1023은 유럽과 지중해 근처에 자생하는 멜리사(레몬밤) 잎에서 추출한 것으로, 지방조직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혈관을 차단함으로써 내장지방만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2상 임상시험 결과, 내장지방을 15% 감소시킬 정도로 효과가 탁월하다. 한미약품은 3상 임상시험을 거쳐 2013년 제품화할 계획이다.

지난해엔 먹는 항암제 생산기술 수출

투 트랙 전략을 통한 R&D의 외연 확대는 한미약품 신약 파이프라인의 볼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효과도 가져왔다. 한미약품은 KX01 도입을 통해 맺은 카이넥스와의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주사용 항암제를 경구용(먹는 약)으로 바꾸는 기술인 ‘오라스커버리(ORASCOVERY)’를 작년 말 수출했다.

이 계약으로 카이넥스는 오라스커버리를 적용한 ‘오락솔’, ‘오라테칸’ 등 한미약품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을 전담하게 됐다. 특히 한미약품이 도입한 KX01과 카이넥스에 기술 수출한 오락솔 및 오라테칸은 병용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R&D 제휴 효과를 톡톡히 거둘 전망이다.

 올 1월에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인 ‘LAPS-GCSF’를 바이오신약 전문 개발업체인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 수출하기도 했다. 이 치료제에는 3세대 기술로 불리는 ‘랩스커버리(LAPSCOVERY)’가 적용됐다. 랩스커버리는 체내에서 단백질 의약품의 약효시간을 늘리는 기술로 월 1회만 단백질 의약품을 이용하면 된다는 점에서 혁신기술로 불린다. 스펙트럼은 글로벌 임상을 통해 LAPS-GCSF를 제품화하게 된다.

월 1회 복용 당뇨병 치료제 등도 개발 진행

한미약품은 이 같은 성과 외에도 현재 보유 중인 항암 및 바이오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R&D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월 1회 복용 형태의 당뇨병치료제인 ‘LAPS-Exendin4’, 내성이 생긴 암에 효과적인 표적항암제 ‘HM781-36B’, 폐암 유발 단백질의 2차 돌연변이에도 작용하는 표적항암제 ‘HM61713’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신약 파이프라인들은 현재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제휴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 손지웅 R&D본부장은 “내부 R&D 역량을 외부의 잠재력과 결합시키는 투 트랙 전략이 한미약품의 신약개발 속도를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며 “2015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대한민국 첫 신약을 한미약품이 발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병준 기자

인터뷰 권세창 한미약품연구센터 소장

한미약품연구센터는 한미약품 신약 파이프라인 12건 중 10건을 탄생시킨 신약 개발의 산실이다.

올해 1월부터 연구센터를 총괄하게 된 권세창 소장(48·사진)은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 연구를 이끌어 온 바이오 분야 전문가다. 중국 현지에서 운영 중인 북경한미연구센터와의 R&D 네트워크 구축은 권 소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과제 중 하나다.

-북경한미연구센터를 소개한다면.

 “2008년 10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북경한미연구센터는 출범 초기에는 연구 인력이 30여 명이었지만 지금은 110명 정도로 늘었다. 연구원의 60%가 중국 명문대 출신이며, 87%가 석·박사 출신이다. 북경한미연구센터는 한미약품 글로벌 R&D의 전진기지인 셈이다.”

-한국과 북경 연구센터의 협력이 왜 중요한가.

 “한미약품의 신약개발은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설계됐다. 12개의 신약 파이프라인 중 7건에 대한 임상시험을 미국과 유럽 등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임상하고 해외로 나가는 R&D 방식으로는 시간 싸움에서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다. 연구 환경이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중국에서 동시에 R&D를 추진해 신약개발 속도를 한층 높인다.”

-주목할 만한 바이오 및 항암신약 파이프라인을 꼽는다면.

 “세계 최초로 월 1회 복용하는 당뇨병치료제 LAPS-Exendin4를 꼽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아밀린사가 개발한 주 1회 제형이 미국 FDA 시판허가를 받으면서 이 제품의 가능성에 많은 연구자가 주목한다. 항암 분야에서는 HM781-36B와 HM61713 등 표적항암제 2품목을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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