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사이비 목사, 3남매 스타킹으로 묶고 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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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잡귀를 몰아낸다며 감기에 걸린 세 자녀를 때리고 굶겨 숨지게 한 사이비 교인 부부에 대한 현장검증이 15일 실시됐다. 경찰이 전남 보성군 보성읍 옥평리의 한 교회에서 가해자 박모씨와 함께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식을 죽인 사람이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15일 오전 10시 전남 보성군 보성읍의 한 교회. 감기에 걸린 자녀 3명을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구속된 박모(43)씨가 주방의 식탁 위에 묶인 마네킹을 허리띠로 때리는 시늉을 했다. 아이들을 감기에 걸리게 한 잡귀를 몰아내기 위해 성경 구절대로 채찍질을 재연한 것이다. 박씨는 자녀들을 기도로 치료한다며 수십 차례에 걸쳐 폭행하고 열흘이 넘도록 굶겨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본지 2월 13일자 17면>

 박씨는 이날 현장검증에서 식탁 위에 엎드린 자녀의 손을 스타킹으로 묶은 뒤 폭행하는 과정을 재연했다. 아내 조모(34)씨는 식탁 위에 놓인 마네킹의 손을 목도리로 묶던 중 자리에 주저앉아 두 손을 잡고 흐느꼈다.

 이날 현장검증을 벌인 보성경찰서는 아이들이 감기와 단식으로 허약해진 상태에서 폭행으로 인한 쇼크를 받아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1차 부검 결과 둘째(8)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첫째(10)와 셋째(5)도 몰래 약간의 음식을 먹은 흔적만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박씨 부부는 경찰에서 “아이들이 설날인 23일 평소보다 밥을 많이 먹고 몸에 귀신이 들어온 것 같아 24일부터 금식기도를 위해 물만 먹였다”고 진술했다.

보성=최경호 기자

범행 현장검증서 “죽을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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