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키모 늑대사냥과 공짜 복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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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호 31면

‘이케아’는 스웨덴이 자랑하는, 전 세계 300여 개 매장에 13만 명의 종업원을 가진 글로벌 가구기업이다. 이케아 마케팅의 최대 특징은 ‘DIY(Do it Yourself)’다. 맞춤형 가구의 재료를 싸게 사 직접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DIY 마케팅이 성공하려면 심플디자인이 필수다. 조립이 쉽도록 힘 하나 들지 않는 ‘육각형 렌치’와 그림 방식의 ‘조립 공정도’도 첨부된다. 그리고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이케아 카탈로그’를 매달 우송한다. 이런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한다고 한다.

사실 이케아의 DIY보다 앞서 들여왔으면 싶은 게 있다. 바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통치이념이자 대처리즘의 기본정신인 ‘Do It Yourself’ 정신이다. 중산층 가정의 식료품집 둘째 딸로 태어난 대처는 54세인 1979년 5월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다. ‘단명 총리’에 그칠 것이란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리며 11년간 총리직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런 대처리즘의 최대 특징이 ‘Do It Yourself’다. 그 핵심은 대중 자본주의다. 국력을 회복시키려면 중산층이 일어나야 하고 그러려면 중산층 내면에 숨어 있는 DIY 정신을 다시 일깨워 국민들 스스로 흘린 땀의 소중한 가치를 알게 해야 한다고 믿은 것이다. “단 1페니도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지는 않는다.” 대처가 늘 하던 말이다.

그는 시장개방경제가 나라 경제를 구할 것이라 믿어 기업 규제를 과감히 풀었다. 그러나 불법 파업에 대해선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았다. 탄광노조가 격렬한 장기 파업 끝에 백기를 든 것을 계기로 불법 파업은 급감했다. 훗날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에 영국 경제가 호황을 누린 밑바탕이 됐다. 또한 대처는 사회복지 정책의 확대에 반대했다. 과도한 복지가 국가 재정을 허약하게 하고 국민을 타락시킨다고 본 것이다. 복지는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러한 대처의 중산층 활성화 정책이 오늘날 ‘복지 천국’을 꿈꾸는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그리스의 국가 파산 위기 역시 복지 천국의 종말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스 경제의 붕괴 원인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부정부패’를, 이코노미스트지는 ‘과도한 복지에 따른 방만한 공공지출’을, CNN은 ‘썩을 대로 썩은 권력층과 국민 전체의 조세회피 풍조’를 각각 꼽았다.

그리스 경제의 붕괴 원인들로부터 대한민국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대처 전 총리 이상의 유능한 능력을 지닌 두 명의 여성 정치인이 새롭게 우리의 여당과 야당을 이끌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다.

4·11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에서 쏟아내는 선심성 공약들은 하나같이 ‘무한 무상복지’ 성격의 달콤한 내용뿐이다. ‘공짜 복지’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정치인과 달리 국가 재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 입장은 전혀 다르다. 추경예산안 편성이 없다면 미리 짜여진 전체 예산은 마치 제로섬 같아서 무언가 늘리면 이미 짜놓은 다른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 복지를 위해 무엇을 줄이겠는가? 미래성장 동력을 줄이는 것이 통례다. 먼 앞날의 일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다른 복지 예산을 줄여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한마디로 피 팔아서 약 사먹는 일이다.

에스키모인들은 늑대 사냥을 할 때 아주 예리한 양날의 단도에 짐승의 피를 잔뜩 발라놓곤 얼음 속에 손잡이를 꽉 박아 칼끝이 하늘을 향하게 꽂아둔다. 그러면 늑대가 피 냄새를 맡고 다가와 혀로 피를 핥기 시작한다. 한참을 핥다보면 예리한 칼날에 자신의 혀가 베어져 이제는 자신의 피로 칼날을 적시게 된다. 늑대는 자신의 피 냄새에 빠져 아픈 줄도 모르고 피를 핥다가 결국 죽어간다. 생각 없는 복지란 그런 것이다.



김재명 부산 출생. 중앙고성균관대 정외과 졸업.1978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전자 등에서 일했으며 전북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저서로 광화문 징검다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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