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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대북교류 ‘말잔치’ 경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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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정일 사망 이후 개별 지방자체단체들이 잇따라 대북 지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야권 소속의 지자체장들이 있는 곳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2월 25일 서울·평양 간 ‘경평축구대회’를 66년 만에 부활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시향 등 교향악단 상호 방문연주도 언급했다. 그는 “김정일 사망이 부진했던 남북관계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며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평축구는 1929년 서울팀(경성중학)과 평양팀(숭실학교)이 서울 휘문고보 운동장에서 연 경기가 시초다. 이후 매년 열리다 1946년 중단됐다.

 또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행정관을 지내고 남북 정상회담 준비 대표단에서 일한 최성 경기도 고양시장은 ‘2020 고양평화특별시’란 구호를 내걸었다. 그는 지난해 말 ▶고양-개성시 자매결연 ▶고양국제꽃박람회에 북측과 화훼업 교류(4월) ▶한반도 평화마라톤 개최(10월) 등을 담은 남북교류 구상을 밝혔다. 최 시장은 지난달 27일 시 민간단체가 김정일 사망 후 첫 밀가루(180t) 지원을 하러 떠날 때도 축사를 통해 “시 차원의 대북지원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송영길 인천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도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인천시와 경기도·강원도는 북한 인접지역이라는 점을 활용해 총 20억원가량의 말라리아 방역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스포츠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인천시 김효은 남북교류협력팀장은 “4월 북 4·25 축구단과 인천 유나이티드 축구단 친선경기와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남북단일팀 구성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5·24 대북 제재조치를 통해 지자체의 남북교류를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지자체를 ‘인도지원사업자’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허가를 내줘야 하는 통일부는 고민에 빠졌다. 가장 큰 문제는 재원이다. 각 지자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남북협력기금을 자체 조성하기 시작했다. 교류사업엔 이 돈이 필요하지만 5·24 조치는 기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3일 지자체들과 남북교류협력실무위원회를 열고 이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들 사업계획이 북한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선언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방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고위인사가 “경평축구 부활은 당분간 어렵다”는 메시지를 남측에 전달한 상태다. 또 지난달 31일 북한 4·25축구단 유소년팀은 인천유나이티드 주최로 중국에서 개최된 축구 경기에 개막 한 시간 전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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