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파 녹인 ‘사랑의 온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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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힘든 이웃과 나누는 ‘사랑의 온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연말연시에 펼친 ‘희망 2012 나눔 캠페인’에는 모두 2541억원이 모금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 1월 31일까지 두 달 동안 모금한 이 금액은 모금캠페인을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로써 모금 목표액 1%가 달성될 때마다 1도씩 오르는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116.6도까지 올랐다. 2010년 터진 직원의 성금 유용과 비리로 지난해 모금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던 공동모금회로서는 실로 감격적인 기록 달성이 아닐 수 없다. 또 한때 공동모금회에 보내졌던 싸늘한 시선도 우리 사회의 나눔 문화 확산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음을 입증한 것이어서 반갑다.

 물론 이번 모금에서도 기업 기부가 큰 몫(72.2%)을 차지했지만 개인기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금회 측에 따르면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92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31명이 이번 캠페인 기간에 가입했다. 경남지회의 경우 도민 1인당 기부액은 3545원으로 16개 지회 중 가장 높은 사랑의 온도(154.1도)를 기록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구세군의 자선냄비 거리 모금에서도 46억여원이 걷혀 84년 모금 역사상 최대 금액을 기록하는 등 푼돈도 나누는 정신은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힘들고 서글픈 소식이 많은 요즘, 나눔의 마음이 있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따뜻하고 살 만한 곳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이렇게 모인 정성이 어려운 이웃에게 잘 전달돼 ‘행복 온도’도 올라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