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복지’ 권위자, 한국 정치권 복지 경쟁을 경고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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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는 복지 혜택을 주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잘 봐야 한다. 단순한 ‘크리스마스 선물’인지 아닌지를 말이다.”

 북유럽 복지의 권위자인 스웨덴 린네대학 사회학과 스벤 호트(60·사진) 교수는 한국에서 여야 구분 없이 복지 확대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듯 이벤트 성격의 복지가 아닌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3월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로 강단에 설 예정이다. 3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 머물고 있는 그를 전화 인터뷰했다.

-한국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복지를 늘리고 있다.

 “복지를 늘리려면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돈이 더 필요한데 (세금 등을) 더 낼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더 내야 한다’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준비가 돼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이게 복지 확대의 관건이다.”

-세금을 더 낼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물어야 하나.

 “소득 상위계층이 더 많은 책임을 부담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결코 그 정책을 달성할 수 없다.”

-스웨덴은 어땠나.

 “스웨덴 사민당(당시 집권당)은 1990년대 초까지 지속 가능한 조세 시스템을 만들었다. 재정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상위계층의 소득세를 올렸다. 미국의 ‘부자 감세’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나는 소득의 50~60%를 세금으로 낸다. 국민 평균으로는 소득의 30%를 세금으로 낸다.” (스웨덴은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는 국민개세(皆稅)주의 국가다. 한국은 근로자의 40% 정도만 세금을 낸다.)

-한국은 기업 부담을 늘리려 한다.

 “스웨덴은 오히려 법인세는 낮추되 사회보험료(payroll tax)는 줄이지 않았다. 사람들을 계속 일하게 하고 또 직장을 구하게 하려면 기업이 투자 여력을 갖고 계속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데 반발이 없나.

 “국민은 세금을 내면 그만큼 돌아오는 게 많다는 걸 안다. 내가 낸 돈이 어디로 갈지 모르면 세금을 내고 싶겠는가. 스웨덴 세금 관리자(정부)들은 매우 큰 신뢰를 얻고 있다.”  

◆스벤 호트=북유럽 명문 스톡홀름대 교수를 거쳐 쇠데르턴 대학(Sodertorn University) 부총장 등을 지냈다. 그가 1990년에 쓴 『스웨덴의 사회정책과 복지국가』는 스웨덴 복지모델의 필독서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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