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동영상’ 미 해병대원 신원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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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진 ‘소변 동영상’의 당사자가 미 해병대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은 문제의 동영상 속에서 탈레반 대원의 시신에 소변을 본 군인들이 미 해병대 2사단 2연대 3대대 소속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본지 1월 13일자 1면>

 이 해병 부대는 지난해 가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러준 기지로 복귀했다. 미군은 동영상 유포 직후 관련 병사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으며, 현재 2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미국 정부는 유감 표시와 함께 엄중 조사를 약속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국의 가치와 완전히 배치되는 것으로, 미 해병대원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에 대해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역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이 “매우 개탄스럽다”면서 즉각 조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탈레반, 아프간 정부는 물론 범이슬람권의 반발이 거세다.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군 병사들의 행동은 비인간적”이라며 “미국 정부에 동영상을 신속히 조사해 관련자를 엄벌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자비훌라 무자헤드 탈레반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미군이 아프간인을 박격포로 죽이더니, 오줌으로 시신까지 더럽히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내 대표적 무슬림 이익집단인 미·이슬람 관계위원회(CAIR)의 니하드 아와드 이사는 이슬람권 웹사이트 온이슬람넷에 보낸 성명서에서 “미국법은 물론 국제법까지 어긴, 역겹고 비도덕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전쟁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 협약은 “전쟁포로가 사망하면 부검, 사망보고서 작성, 신원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 뒤 화장하거나 매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카불 주민 페다 무함마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시신에 한 행동은 이슬람 율법상 범죄”라며 “외국인들은 아프간을 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미국과 탈레반 간의 종전(終戰) 협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탈레반 측은 “이번 파문 때문에 협상이 난관에 부딪히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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