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학 영재교육이 더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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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인간의 지적 한계에 도전하는 전 세계 17개국 수학 분야 석학들의 두뇌 대결이 요즘 경북 포항의 포스텍에서 한창이다. 수학계가 100년 넘도록 답을 찾지 못한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고 한다. 문제를 푸는 사람이 미국 클레이연구소로부터 상금 100만 달러를 받는다. 하지만 상금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문제에 끈덕지게 답을 구하려는 도전정신이라는 걸 이들은 우리에게 몸소 알려준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수학의 정수론 분야 세계적 권위자 존 코츠(John Coates) 케임브리지대 석학교수는 수학 강국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주목했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전 세계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결과는 1978년부터 영재교육을 시작했으며, 수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을 모아 중점학교를 운영할 정도로 수월성(秀越性) 교육에 주력한 덕분이다.

 우리는 어떤가. 지난해 수학 입시교육에 쏟아 부은 사교육비가 5조9260억원이나 된다. 그 덕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수학 순위는 3~6위를 차지할 정도로 일반 학생들의 수준은 높다. 그런데 수학에 대해 느끼는 흥미는 40위 밖으로 나올 정도로 일반 학생들은 수학이란 과목에 진절머리를 내는 것도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육과학기술부는 공식과 문제 위주의 딱딱한 수학교육을 개편하는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교과서를 실생활 사례 등이 담긴 스토리 위주로 바꾸고, 개념이나 원리의 이해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는 것이다. 일반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안이다.

 하지만 국내 수학자들은 기초과학의 핵심 영역인 수학이란 학문에 도전하는 수학 영재들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현실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수학 영재를 길러내는 수월성 교육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이들이 대학·대학원에 이르기까지 학문적인 열정을 잃지 않도록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