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대만 반도체 투자경쟁에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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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대대적인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가 밝혔다.

IC인사이츠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억 달러 이상의 설비투자를 단행한 기업은 9개였으나 올해에는 18개 기업이 1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투자규모 상위 10대 기업은 미국의 인텔과 모토로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일본의 NEC와 히타치, 대만의 TSMC와 UMC그룹, 유럽의 필립스와 ST마이크로, 한국의 삼성전자 등이었다.

투자액으로는 인텔이 60억6천만달러를 기록,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위였으나 증가율로는 필립스가 202%를 차지해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보다 33%가 증가한 24억 달러로 투자액 기준 3위를 차지했다.

지난 96년과 비교한 자료를 보면 미국 기업들의 투자는 34%로 변함이 없었고 일본은 96년 26%에서 21%로 줄어들었다. 한국의 경우 17%에서 3%로 급감했다. 반면 대만은 12%에서 19%로,유럽은 5%에서 13%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IC인사이츠의 보고서는 연초 발표된 예산을 기준으로 한 것. 미국과 일본, 대만 기업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투자규모를 늘리고 있는 추세여서 실제 투자규모는 이보다 더욱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바와 히타치, NEC등 일본의 3대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20001회계연도 첫달인 지난 4월 발표한 투자규모를 최근에 대폭 상향조정, 9천40억엔 규모로 늘렸다.

이는 지난 96회계연도의 8천870억엔을 웃도는 사상최고치다. 한편 삼성전자도 지난 20일 반도체 신증설과 기존 생산설비 보완 등 반도체 분야에 올해부터 2002년까지 3년간 12조5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위있는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의 애널리스트인 클라우스 디터 리넨은 아시아의 D램 업체들은 최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시작했다면서 삼성전자가 연초에 계획한 투자액을 2배가량 상향조정한 것이 그 한 예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D램 업계의 투자 붐은 다른 반도체 부문보다 뒤늦은 것이라고 말하고 이는 반도체 시장전체의 상승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가리키는 긍정적 조짐이라고 해석했다.

IC인사이츠의 보고서는 제품별로는 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보다 109%가 늘어날 예상돼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의 3대 반도체 기업들이 집중 투자하고 있는 분야도 바로 플래시 메모리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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