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폐수 ‘제로’ … 달성산단의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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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달성1차산업단지 폐수처리장 직원들이 처리과정을 거친 방류수를 떠 수질을 살피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2월 30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남리 달성1차산업단지. 서쪽 끝에 달성1차산업단지 폐수처리장이 있다. 침사지엔 단지 239개 업체에서 쏟아져 들어온 폐수가 가득했다. 폐수 중 각종 찌꺼기를 걸러낸 물이다. 이는 침전지를 거쳐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이어 폴리에틸렌으로 된 거름막(KSMBR)을 통해 물이 걸러진다. 다시 인(P)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쳐 방류된다. 방류구와 연결된 수질검사실(TMS)의 측정기기에는 방류수의 수질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황영복(55) 소장은 “ 고도처리공정 덕에 육안으로 보면 수돗물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 로 완벽하게 정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폐수 처리수가 다시 인근 공장에 공업용수로 공급된다. 인천·포항 등지에서 하수처리수를 공업용수로 공급하긴 하지만 폐수를 재활용하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대구시는 폐수처리장의 하루 처리수 2만2000t 가운데 1만1500t을 달성군 유가면의 제지업체 두 곳에 판매하기로 했다. 달성군 유가면에서 상자용 판지 등을 생산하는 세하는 하루 8500t을, 경산제지는 3000t을 공급받기로 했다. 다음달 지름 45㎝의 관을 7㎞에 걸쳐 설치해 연말 완공한 뒤 물을 공급할 예정이다. 사업비 91억원 가운데 정부에서 59억원을, 두 업체가 32억원을 부담한다. 처리수의 가격은 1t에 169원. 한국수자원공사가 낙동강에서 취수해 공급하는 공업용수 450원보다 훨씬 싸다. 두 업체는 물값과 하수도요금 감면(조례) 등을 통해 연간 26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폐수처리장 측은 낙동강에 흘려 보내던 물을 판매해 연간 7억여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이는 최정한(55) 대구시 물관리과장이 3년 전 내놓은 아이디어다. KSMBR과 인 제거시설이 갖춰지면 방류수의 수질이 훨씬 깨끗해져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최 과장은 주변 업체에 폐수처리수의 사용 의사를 물었다. 이 중 물 사용량이 많은 두 제지업체가 관심을 보였다. 세하의 이무웅 대표는 “가격이 싼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며 반겼다.

 시가 폐수처리장 측과 처리수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지난해 11월 평균)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8.1㎎/L,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는 0.7㎎/L로 나타났다. 공업용수에는 이들 항목의 기준은 없지만 공급되는 물은 대개 7∼8, 4∼5㎎/L라고 최 과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부유물질(SS)·총질소(T-N)·총인(T-P)의 수치는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과장은 “추가로 물 사용을 희망하는 업체가 있어 처리수의 재활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산업단지에서 폐수처리수를 내보내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홍권삼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폐수처리장=산업단지 입주업체의 제품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모아 처리하는 곳이다. 세탁한 물 등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물을 처리하는 하수처리장과 다르다. 하수처리 과정에 화학약품 처리과정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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