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아킬레스도 선택한 단단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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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의 쓰임새 1
- 아킬레스 전사의 창에서 야구 배트까지

물푸레나무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옛날 서당의 회초리입니다. 회초리는 대부분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회초리의 대명사처럼 쓰이던 물푸레나무는 무겁고 단단하며 탄력이 좋고 강인해서 운동기구의 재료로도 아주 좋습니다. 야구선수들이 쓰는 야구방망이도 물푸레나무로 만든다고 합니다.

그밖에 가구에도 물푸레나무는 많이 쓰이고 있으며, 기계나 차량에 필요한 목재로 많이 쓰입니다. 또 농기구인 도리깨의 재료로도 물푸레나무 만한 것이 없답니다.

고대 그리스의 전사인 아킬레스의 창으로도 사용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청동기 시대의 청동으로 된 무기, 즉 창이나 방패 등의 손잡이 부분은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리의 옛 선비들은 모두 서당에서 물푸레나무로 만든 회초리를 맞으며 글공부를 한 탓에 과거에 급제하면 물푸레나무 앞에 큰 절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옵니다.

▶물푸레나무의 쓰임새 2
- 한방의 경우

한방에 따르면 물푸레나무의 껍질은 해열·진통·소염에 효능을 보이며 세균성 이질에 특효라고 합니다. 또한 류머티스·기관지염·장염·설사·이질·대하증에도 쓰입니다. 모든 생약재가 그렇듯 약효가 좋다고 해서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을 따라야 합니다.

백랍(白蠟)이라고 하는 물푸레나무의 진은 상처에 새 살을 나게 하고 지혈(止血)과 접골(接骨)이나 기침을 멎게 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습니다. 눈의 충혈을 풀어주기 위해서도 물푸레나무의 껍질을 이용한다지요. 또 진피를 담근 물로 먹을 갈아서 쓰면 탈색이 되지 않아 좋다고도 합니다.

〈동의보감〉에는 '진피는 성(性)이 차고 맛이 쓰며 독이 없어 눈이 붉게 되고 눈물이 흘러내릴 때 쓰는 세안약으로 눈을 맑게 하는 효과가 있고 오래 쓰면 머리털이 희게 되지 않고 남자의 정력을 돕고 여자의 대하를 치료한다'고 했습니다.

그밖에도 생나무로도 잘 타기 때문에 북방 민족에게는 중요한 땔감으로 쓰였으며, 또 물푸레나무를 태운 숯을 염색의 재료로 쓰기도 한답니다.

▶천연기념물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 중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도 있어요. 경기도 파주군 적성면 무건리 465번지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286호 물푸레나무가 바로 그것이지요. 이 나무는 우리 나라의 물푸레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라고 합니다. 밑둥의 둘레가 3.7m나 되고 높이는 13.5m에 이르는 큰 나무인데, 나이는 약 5백 살이랍니다.

오래 된 나무를 찾기 어려운 것이 물푸레나무인데, 그 까닭은 예로부터 농사를 짓던 우리 조상들이 물푸레나무를 농기구의 재료로 활용하기 위해 그처럼 오래 자라기 전에 베어내게 됐다는 거지요. 활용 가치가 높다는 까닭이 수명을 단축시킨 셈입니다.

벌목꾼들이 하산하자 물푸레나무는 웅기중기 모여 서서 겨울을 맞았다 벌목의 두려움과 추위로 물푸레나무는 파랗게 질려 있었다 산판을 찌렁찌렁 울리며 아름드리 적송이 넘어박히고 전기톱날에 허리가 잘리는 생목들의 비명에 물푸레나무는 소름이 돋았었다
- 김윤배,〈물푸레나무의 그리움은 뿌리에 닿아 있다〉에서

적성면의 물푸레나무는 두려움과 추위에 파랗게 질리고, 톱날에 허리가 잘리는 비명에 소름이 돋은 와중에도 오랜 시절 동안 도끼질을 피해 거목으로 자라난 것입니다.

▶물푸레나무 과에 속하는 식물, 목서

물푸레나무 과에 속하는 식물 가운데 특이한 것으로는 상록성의 목서(木犀)류가 있습니다. 관상용으로도 많이 키워지고 있는 목서류에는 목서·금목서·은목서·구골목서 등이 있어요.

중국이 원산지인 금목서는 3m 정도의 키로 자라고,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며, 잎은 마주하고 자랍니다. 초가을에 피는 꽃에서는 진한 향기가 나와 향수로 채취해 향료로도 쓰입니다.

은목서의 이파리는 넓은 타원형입니다. 은빛 나는 흰 색의 꽃을 10월 께 피웁니다. 열매는 이듬해 봄에 열립니다. 역시 중국이 원산지이고, 꽃향기가 좋아 첨향료로 쓰입니다.

목서류의 학명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데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목서'라 하면 중국에서는 은목서를 지칭하며, 일본에서는 금목서를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목서라 할 때, 중국에서 금계라고 불리는 것을 가리키지요. 그밖의 물푸레나무과 식물로는 이팝나무·광나무·쥐똥나무·미선나무·개나리·만리화·개회나무·수수꽃다리·정향나무 등이 있어요.

목서라는 이름은 중국의 선승 동양화상(東陽和尙)이 쓴 강호집(江湖集)이라는 책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목서는 하늘로부터 영은산 위에 내려왔는데 가을이 되면 그 향기가 먼 곳에까지 이르렀다. 그때 사람들이 이 꽃이 무엇인지를 몰랐는데, 마침 이목, 이서라는 두 사람이 와서 말하기를, 이것은 하늘의 계화(桂花)의 향기가 땅에 떨어져서 씨앗이 되고 그것이 싹을 내어 나무로 된 것이다."

이 때 두 사람의 이름이 이목(李木) 과 이서(李犀) 였으므로, 두 사람의 이름 자를 따서 목서라고 했다는 것이에요. 전설 속에 전해 오는 이야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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