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90도 인사' 김정일 넷째 부인 김옥, 앞날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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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1일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 때 동행한 김옥(사진 가운데). 노보브레이스키역 환영식장에서 불편한 손으로 방명록에 서명하는 김정일을 바로 곁에서 챙기고 있다. [조선중앙TV]

‘김정일의 여인’으로 불리는 김옥의 앞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정일이 없는 김옥(47)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라는 평가와 그동안 김정일에게 쏟은 ‘정성’을 고려해 건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그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공식 확인된 바 없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당과 군의 고령 간부들에게 여성비서인 기술서기를 두도록 했다”며 “김일성이 심장발작을 일으켰을 때 주위에 사람이 없어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사망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옥도 기술서기로 김정일에게 발탁됐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9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한 3차 당 대표자회 직후엔 노동당 서기실(비서실) 과장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정·군, 분야별·직책별로 자리를 잡고 촬영한 대표자회 기념촬영에서 그가 서기실 간부들과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원 안은 지난 21일 금수산기념궁전에서 김정일의 시신에 참배한 뒤 김정은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는 모습. [조선중앙TV]

 그의 직책과 상관없이 최근 김옥의 행보는 간단치 않았다. 지난해 김정일의 방중 때 승용차 옆 좌석에 앉아 함께 이동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2008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의 면담 때도 동석했다고 한다. 2004년 김정일의 부인 고영희 사망 이후 항상 그의 곁에 머물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옥이 김정일 생전 ‘문고리 권력’ 중 하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김정일의 사망으로 그의 입지는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최고지도자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의 사망 책임을 김옥에게 물을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대북 소식통은 “김일성 사망 때 전담 간호사가 ‘자신의 불찰로 불운한 일이 생겼다’며 자살했다”며 “김옥이 김정일의 죽음에 대해 스스로 자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김정일의 시신 앞에서 검은 상복 차림으로 오열한 것도 일종의 자책 행위일 수 있다.

 다만 김옥의 집안과 김정일 가계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건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옥의 아버지 김효는 노동당의 회계를 담당하는 재정경리부 부부장 출신으로 우리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2008년엔 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됐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김효가 최근 금수산기념궁전 재정경리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김일성 부자의 시신이 안치돼 있고 북한 사람들이 혁명의 성지(聖地)로 여기는 곳의 살림살이를 하는 사람 일가에 대한 처벌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그의 여동생은 김정일 조카인 장금송(장성택 당 행정부장·김경희 딸)의 유럽 유학 시절 룸메이트였다. 장금송이 2006년 프랑스에서 자살할 당시에도 한 공간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장성택·김경희 집안과 막역한 관계인 것이다. 김옥에 대한 문책보다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의 이유다. 이 밖에 2008년 뇌졸중으로 죽음의 문턱을 맛본 김정일이 생전 김옥과 관련한 유언을 남겼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김정일의 여인’은 김정일의 입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셈이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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