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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갈대밭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49호 39면

갈대밭은 코끝이 쨍하게 추운 날, 지는 햇빛을 맞으며 찾아가야 제맛입니다.
칼바람 부는 갈대밭 길을 걷다 보면 갈대들의 비비적거리는 마른 소리가 요란맞습니다.
서걱서걱, 쓱쓱, 쌩쌩. 귓가에 맴도는 마른 소리의 자유로움은 쓸쓸한 겨울 심장에 강력하게 꽂힙니다.
순천만 갈대밭은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만 우리 하동에도 그리 작지 않은 갈대밭이 있습니다.
섬진강 끝자락 횡천강이 합쳐지는 곳에 있는 ‘신월습지’가 바로 하동 갈대밭입니다.
지리산과 백운산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인근에 소나무 숲이 이어진 하동포구가 있어 사람들이 자주 찾습니다.
오늘은 어찌하다 보니 이른 아침에 갔습니다. 지는 햇빛이 아니라 뜨는 햇빛에 찾았더니 투명함이 좋고,
갈대밭 사이를 헤집는 참새소리 또한 맑게 다가왔습니다. 생기발랄한 겨울아침 갈대밭이었습니다.
갈대밭은 춥든 말든, 해가 뜨든 지든, 그저 아무 때나 가기만 하면 다 좋을 것 같습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 깊은 물’ ‘월간중앙’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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